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1.5.26/뉴스1
여권이 검찰 조직 개편과 인사를 통해 검찰의 정권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최근 검찰에 의견 수렴을 지시하면서 알려진 ‘검찰청 조직 개편안’은 2가지 목적이 내재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나는 일선 지검 형사부의 6대 범죄 직접 수사를 금지시킴으로써 대다수 검사들이 속해 있는 형사부의 정권 수사를 원천봉쇄하는 것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차기 검찰총장 취임 직후 단행될 검찰 인사에서 정권 수사를 벌이고 있는 일선 부장검사급 수사팀장들을 좌천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 인사 규정에 따르면 부장검사는 1년의 필수보직 기간이 보장돼 해당 보직에 부임한지 1년이 되지 않으면 인사를 낼 수 없다. 일선에서 수사팀장 역할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수사지도를 하는 부장검사들의 중요성을 감안해 현 정부에서 시행한 제도였다. 하지만 인사 전 직제 개편이 이뤄지면 예외를 적용받아 현 보직에 부임한지 1년이 되지 않아도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정권 핵심 인사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부장검사들이 이에 해당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 김 전 차관 관련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변필건 형사1부장, 횡령,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추가 혐의를 수사 중인 전주지검 임일수 형사3부장은 모두 지난해 9월 부임해 필수보직 기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박 장관이 추진 중인 조직 개편이 곧 이뤄지면 이들 3명의 부장검사들에 대해서도 인사발령을 낼 수 있게 된다.
검찰 인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에 미운털이 박힌 이들 부장검사들이 좌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부임한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정권 수사를 하는 데 관여한 검사들을 대거 좌천시켜 ‘검찰 인사 학살’이란 비판이 나온 바 있다. 고위 간부급에서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으면서 ‘조국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검사장이 부산고검 차장으로 좌천됐고,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역시 조국 수사를 일선에서 지휘했던 배성범 고검장은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성 승진을 했다.
부장검사급에서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장으로서 조국 일가 비리 의혹을 파헤친 고형곤 부장은 부임 6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나 추 장관이 부임 직후 인지수사 부서를 대폭 축소한 직제 개편을 거쳐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장으로 좌천당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으로 일하면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김태은 부장은 필수보직 기간 1년은 채웠지만 추 전 장관이 지난해 9월 실시한 인사에서 대구지검 형사1부장으로 좌천됐다.
박 장관이 밀어붙이고 있는 조직 개편이 실행될 경우 여권으로선 이번 검찰 인사를 계기로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 수사를 전담하는 인지부서를 더 축소시키고 형사부의 직접 수사 기능을 아예 없앰으로써 검찰 무력화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 그런 뒤에 축소된 인지수사 부서와 지휘라인을 모두 친정부 간부들로 채우면 검찰의 정권 수사 가능성을 봉쇄할 수 있다는 복안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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