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단, 내부 보고-전달 확인
“변호사로만 알아” 거짓으로 드러나
“상부 보고 없었다”도 사실과 달라
서초서, 서울경찰청에 내용 통보
서울 서초경찰서가 지난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혐의를 내사 중일 때 이 차관이 차관급 고위 공무원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사실이 26일 밝혀졌다. “이 차관이 단순히 변호사라는 것만 알고 구체적인 경력은 전혀 몰랐다”던 경찰의 기존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폭행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이 블랙박스 영상을 본 뒤 피해자에게 “못 본 걸로 하겠다”고 한 데 이어 경찰이 또다시 수사 불신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의 부실 수사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11월 9일 당시 서초경찰서장 A 총경이 “가해자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보고를 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사흘 전인 11월 6일 폭행 사건 당시 이 차관이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변호사 명함을 건넸는데, 파출소의 한 직원이 인터넷에 이름을 검색해 이 차관의 경력 등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파출소를 관할하는 생활안전계를 통해 해당 내용이 A 총경에게 보고됐다.
A 총경에게 보고된 내용은 수사 담당부서인 서초경찰서 형사과장 B 경정에게도 전달됐다. B 경정은 11월 9일 오전 자신의 업무용 컴퓨터를 이용해 이 차관 관련 내용을 검색했다. 이 차관에게 폭행 피해를 당한 택시기사는 같은 날 서초경찰서 형사과의 조사를 받았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관련 증거 등을 확보하고, 최근 A 총경과 B 경정을 불러 조사했다. A 총경과 B 경정은 “이 차관의 경력과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던 것이 맞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 차관 부실 수사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2월 말 “서초경찰서에서는 (이 차관이) 변호사였다는 사실만 알았지, 구체적인 경력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차관이 고위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차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의 진상 조사로 A 총경이 이 차관 관련 사건을 처음 보고받았다는 시점도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10일 B 경정이 “내사 종결 하겠다”고 구두로 보고하자 A 총경은 “의견대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기존 경찰 입장이었다. 하지만 A 총경은 11월 9일 생활안전계의 보고를 받았고, “증거관계를 명확히 하라”는 취지의 지시도 내렸다.
사건이 상부에 보고된 적이 없다는 기존 설명도 일부 사실과 달랐다. A 총경에게 사건을 보고했던 생활안전계에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로 사건 내용이 통보됐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실무자 사이에 참고용으로 통보됐을 뿐이고 관련 보고서가 생산되거나 지휘 계통으로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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