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서모 씨(74)는 지난달 10월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아직도 몸이 떨린다. 아침에 모이를 주려고 마당에 나갔더니 닭 11마리 가운데 8마리가 참혹하게 물어 뜯겨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돌려봤더니, 범인은 시커먼 대형견이었다. 새벽 3시경 마당에 넘어와 닭장을 몸으로 들이받아 구멍을 낸 뒤 닭들을 공격했다. 서 씨는 “사람들이 버린 유기견들이 야생에 살며 거친 들개가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서 씨를 포함해 이곳 주민들은 평소에도 이런 들개들이 골칫거리였다. 목줄도 없이 으르렁거리면 성인도 두려워 피할 수밖에 없다. 그러던 와중에 22일 결국 진건읍을 방문했던 50대 여성이 개에 물려 목숨을 잃는 참변까지 벌어졌다. 사고가 난 지역은 서 씨의 목장에서 1.7km 거리로,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었다.
최근 도시 외곽이나 농가 등에선 이런 들개들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몇몇 지역에 국한되지도 않는다. 25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서는 지난해 가을부터 거리를 배회하며 가축을 공격하던 들개 3마리가 또 다시 출몰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천 연수구 관계자도 “유기견들이 문학산 인근 민가에서 기르는 닭들을 습격했다는 민원이 올해만 두세 차례 들어왔다”고 전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기견 출몰 신고만 4만4078건에 이른다. 경기도로 한정해도 약 1만 건(2019년 기준)의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국립공원공단 측도 “북한산국립공원에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유기견 289마리를 포획했다”며 “포획한 유기견 외에 아직 공원에 살고 있는 유기견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기견들이 야생에서 지내며 흉포해지는 만큼 우연히 마주쳤을 땐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괜히 내쫓으려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오히려 자극을 받은 개들이 더 흥분한다. 이민균 중앙119구조본부 인명구조견센터 훈련관은 “개를 마주보며 천천히 뒷걸음칠 치며 피하는 게 가장 좋다”며 “혹시 개가 다가와 냄새를 맡으려 하면 격하게 반응하지 말고 가만히 서 있는 게 차라리 낫다”라고 조언했다.
어린아이들은 개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 쉬운 만큼 절대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이 훈련관은 “개들은 본능적으로 아이들을 자기보다 낮은 서열로 인식하는 성향이 있다. 아이가 다가가거나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 보호자가 잘 통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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