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최악일 수도” 해외 전문가들, 독감 유행 가능성 주목

  • 뉴시스
  • 입력 2021년 5월 29일 0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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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독감 입원 환자 10분의1로 감소
어린이·고령에 치명적인 RSV 증가세
"장기 마스크 착용으로 바이러스에 더 취약"
국내 독감백신 입찰 시작…중고생·62~64세 제외

독감 환자의 전 세계적 감소에도 해외 전문가들이 독감 유행 가능성을 지목하며 우려하고 있다.

27일 미국 의학매체 STA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맨해튼 마운트시나이 의과대학의 면역전문가 플로리안 크래머는 “이번 겨울 또는 다음 겨울이 최악의 독감 시즌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보건대학 미생물학과 앤드류 패카쉬 교수는 최근 미국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독감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던 해의 다음 해에는 독감이 크게 유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감이 잠잠했던 만큼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형성할 기회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독감 입원 환자 10분의1로 감소…그런데 왜?

사실 지난해 전 세계 독감 환자는 급감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공포감으로 인한 독감 백신 접종률 증가와 마스크 착용 생활화의 영향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겨울 독감 입원 환자수가 10만 명 당 1명꼴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독감 발생 비율이 가장 낮았던 2011~2012 시즌의 10분의1에 불과하다.

이 기간 동안 해외 코로나19 백신들이 속속 개발에 성공하면서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접종 인센티브제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어린이·고령에 치명적인 RSV 증가세…장기 마스크 착용으로 바이러스에 더 취약

우려되는 것은 백신 접종 인센티브 차원의 노마스크 허용과 청소년 등교, 해외여행 재개에 따라 인플루엔자 등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의 유행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게 호흡기 세포 융합 바이러스 RSV(Respiratory Syncytial Virus)다. RSV는 급성 호흡기 감염병을 일으킨다. 일반 성인에게는 가벼운 감기 정도를 유발하지만 어린이와 고령층에는 심각할 수 있다.

해외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계절성 코로나 바이러스, RSV, 폐렴 유발 바이러스(metapneumovirus) 등 호흡기 질환 바이러스가 관측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줄었던 호흡기 질환 감염은 올 들어 계속 증가 추세다.

미국 유타주의 인터마운틴 헬스케어(Intermoutain Healthcare)에 따르면,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 유행 시즌 동안 일주일에 약 300명 이상의 RSV 감염 어린이가 병원을 방문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겨울에는 소수 사례가 발생했다. 하지만 올해 5월 중순 이후 이전 겨울의 10배에 달하는 호흡기 질환 어린이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또 홍콩대는 지난 10월 등교를 시작한 아이들에게서 감기를 유발시키는 라이노 바이러스(Rhinovirus)의 발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된 1년 반 동안 마스크 착용을 통해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접촉률이 상당히 낮아진 상태여서 바이러스 노출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홍콩대학교 역학 및 생물 통계학과 책임자 벤 카울링은 “취약성과 감염 수준이 더 높아져 내년 겨울쯤엔 모두들 감기에 대해 불평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런 의견들은 하절기 독감 백신 접종 장려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전염병학자인 세실 비부드는 “독감 백신 접종을 통해 독감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 독감백신 입찰 시작…중고생·62~64세 제외

국내에선 올해(2021~2022 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NIP) 입찰이 지난 주 시작됐다.

그러나 집단 감염의 기폭제가 될 수 있는 중·고등학생들이 도리어 무료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질병관리청의 2021~2022 절기 독감 백신 국가예방접종 사업 조달 계획에는 중고생(14~18세)과 62~64세가 제외됐다. 이들은 지난해 처음으로 무료 접종 대상자에 포함됐던 연령층이다.

트윈데믹 위험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료 접종 연령 축소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며 한 시즌 동안 독감 환자가 줄었다는 것이 특정 연령대의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제외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고, 이런 논리라면 무료접종 대상군이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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