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가상화폐 범죄 2년새 5배로 늘어…경찰 “전문수사관 75명 증원”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0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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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이 뭔지도 모르고 그냥 3배로 불려 준다기에….”

중국 국적인 식당종업원 김모 씨(49)는 2월 초 단골 미용실 원장의 권유로 7500만 원을 A사에 투자했다. 10년 전부터 한국에서 일하며 모은 전 재산이었다.

원장은 처음엔 “600만 원을 넣으면 1년 안에 원금의 3배를 벌 수 있다”고 했다. 초기엔 실제로 10만 원 상당의 ‘코인’이 차곡차곡 되돌아왔다. 코인이 뭔지는 몰라도 돈이 불어나는 재미에 김 씨는 예금과 전세금, 남편의 월급까지 투자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A사는 돌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계좌의 입·출금을 막고 “돈을 돌려 달라”고 해도 외면했다.

김 씨는 “중국에 있는 아들이 결혼할 때 보내주려고 모은 돈”이라며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남편은 이혼을 요구한다”며 울먹였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유사수신 등 혐의로 A사 관련자 14명을 입건했다”이라고 최근 밝혔다. A 사는 ‘코인에 투자하면 원금 이상 불려준다’며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다. 관련된 추산 피해자만 6만 명이 넘고 피해규모도 3조8500억 원에 이른다. 2018년 이후 발생한 가상화폐 관련 범죄 피해액의 2배를 웃돈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가 기승을 부리며 일반 서민들의 쌈짓돈까지 빼앗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2건이던 가상자산 범죄 단속건수는 지난해 333건으로 2년 만에 5배 가까이 늘었다.

A사와 같은 수법의 범죄는 곳곳에서 벌어진다. 2월 말 가정주부 B 씨도 “코인에 투자하면 8개월이면 원금의 250%를 벌 수 있다”는 지인에 현혹돼 한 업체에 5000만 원을 넣었다. 해당 업체 역시 처음엔 수익금을 꼬박꼬박 주다가 3개월 정도 뒤부터 의심스러운 낌새를 보였다고 한다. 추가 투자를 막고 매달 주겠다던 수익금도 주지 않았다.

결국 B 씨는 5월 이후 한 푼의 돈도 돌려받지 못했다. 현재 그에게 남은 것은 휴지조각에 불과한 100만 원 상당의 가상화폐 뿐이다. 5월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업체로부터 C 회사로부터 투자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가 계속해서 늘어나자 경찰은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용판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경기남부와 부산 등 주요 시·도 경찰청에 ‘금융범죄전담수사팀’ 신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경찰 측은 제출한 자료에서 “경찰청 내 가상자산 수사를 지원하며 자료 분석 등을 전담할 인력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2022년에 사이버범죄 전문수사관 75명 증원을 목표로 하는 관련 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해 현재 정부에서 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거액의 수익을 약속하며 가상화폐에 투자를 종용하는 유사수신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며 “거래소를 통하는 일반적인 가상화폐 거래 방법에서 벗어나 터무니없는 수익을 장담하는 권유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남양주=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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