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공감하고 이해해야 훌륭한 작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한민국목공예명장 1호 유석근
공주시 ‘쉬갈’서 10년만의 개인전
내달 3일까지 소반 작품 16점 선봬

유석근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충남 공주시 갤러리 ‘쉬갈’에서 소반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유석근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충남 공주시 갤러리 ‘쉬갈’에서 소반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한민국목공예명장 1호 유석근 작가(64)가 충남 공주시 봉황로 갤러리 ‘쉬갈’(카페 서천상회 지하)에서 자신의 소반 작품 16점을 선보이고 있다. ‘반(盤)’이라는 이름의 전시는 21일 시작돼 내달 3일 막을 내린다. 2011년 임립미술관 초대전 이후 꼭 10년 만의 개인전이다.

소반들은 한복 저고리 같은 우리 고유의 선(線)을 타고 흐른다. 단단한 목재로 만들어졌지만 아름답고 생기에 넘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나태주 시인은 그를 위한 시 ‘경배’에서 유 작가를 ‘죽은 나무에게도 목숨을 불어넣어 서슬 푸른 향기를 머금게 하는 사람’이라고 그렸다.

전시를 기획한 임재광 공주대 교수(미술교육과)는 “유 작가 작품은 전통과 지역성에 정체성을 두고 있다. 천판, 운각, 다리, 족대 등으로 이뤄진 전통적 구조를 따르면서 지역적 특성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반은 밥, 술, 차를 옮기는 작은 상이다. 음식을 만드는 곳과 먹는 곳이 다르고 좌식 문화였던 우리네 생활방식에서 생겨났다. 소반을 부엌에서 안채와 사랑채로 옮기는 것은 여성들 몫이어서 작고, 가볍고, 들기 편하도록 고안됐다.

소반은 견고한 목재에 정교한 문양을 새기고 각각의 목재들을 끼워 맞춰 완성한다. 한 치의 오차도, 한 개의 못도 허용하지 않아 목공예의 진수로 불린다.

가정형편 때문에 고교 진학을 포기한 유 작가는 직업훈련원에서 목공예를 익혔다. 뼈를 깎는 노력 끝에 1988년 31세의 나이에 노동부(지금의 고용노동부) 주최 전국기능경기 대회에서 1호 목공예 작가가 됐다. 지금은 작품 활동을 하면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초빙교수로 후학에게 전통미술공예를 가르친다.

유 작가의 작품에는 점차 절제된 기예가 보인다. 나무 고유의 질감도 전보다 많이 남아 있다. 그는 “겨우 60여 년 살아온 사람이 대부분 수령 300년이 넘은 나무에 지나치게 기교를 부리는 것은 죄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제 흠결 있는 나무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전시장의 한 소반은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나무뿌리 문양을 조각해 끼워 넣어 만든 것이다. 유 작가는 “목재의 결이 너무 아름다워 어떻게든 살려내고 싶었다”며 “사람들은 잘라낸 나무는 죽었다고 하는데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 살아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작가는 지난 10여 년 동안 애지중지 간직해온 느티나무 목재를 옻칠한 뒤 보존하기로 했다. 색상과 질감이 좋아 필생의 작품에 쓰기 위해 비싼 값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래 같이 지내다 보니 경외의 마음이 커져 톱을 댈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했다. ‘끝내는 그 스스로도 나무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는 나 시인의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유 작가는 “이제는 작가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대중들이 같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작품이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오랜 만의 이번 전시는 소반에 대한 대중의 생각과 기호를 확인할 수 있어 더없이 소중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대한민국목공예명장 1호#유석근#개인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