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4G 정상회의’ 반기 든 환경단체들, 왜?…“무늬만 녹색”

  • 뉴시스
  • 입력 2021년 5월 31일 15시 08분


위원회 설치, 다자회의 개최에도 반발
"행사·선언, 국제 흐름 맞추는듯 하지만"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 정책 전혀 없어"
"위기 유발한 기업들에게 책임 요구해야"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관련 다자회의를 개최하는 등 ‘친환경’ 행보를 잇따라 보이고 있지만 환경계는 오히려 이에 반기를 드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이 ‘겉만 녹색’이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31일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선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P4G 서울 정상회의) 개회식이 열렸다. P4G는 정부기관과 국제기구, 민간기업, 시민사회 간 파트너십을 토대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해 결성된 글로벌 협의체다.

이번 회의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환경분야 다자회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비대면으로 열린 회의에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 등 각국 정상들이 기후변화를 위한 국제협력을 역설했다.

앞선 28일 문재인 정부는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정부의 탄소중립 관련 주요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대통령직속 기구로, 산업·경제·사회 등 영역에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신설됐다.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을 포함한 총 97명에게 향후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혁신, 경제 산업 생태계 혁신, 녹색생활 실천 등 정부 정책 심의·조정 역할을 부여한다.
이처럼 기후·환경 분야에서 정부가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환경단체는 이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 활동이 겉만 친환경적인 척하는 ‘그린워싱’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제품이나 기술 등을 친환경적인 것으로 꾸며 홍보하는 행위를 의미하며 ‘위장 환경주의’라고도 불린다.

주로 기업들에게 제기되는 비판인데, 일례로 최근엔 국내 화장품 브랜드가 종이 용기를 사용했다며 내세운 화장품 내부에 플라스틱 용기가 있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환경단체 등 300여개의 단체가 모인 기후위기비상행동(비상행동)은 지난 30일 P4G 서울 정상회의가 열리는 DDP 앞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며 회의를 규탄했다. 이 과정에서 단체 관계자들과 경찰과 충돌이 벌어졌고 한 활동가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권우현 비상행동 집행위원은 “정부가 행사와 선언들을 통해서 국제사회의 흐름에 발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며 “탄소세 도입이나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 등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들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런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탄소중립과 기후위기를 선언한 나라들은 실제로 석탄화력 발전소 퇴출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관련 로드맵조차 없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9차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석탄발전소 60기를 30기로 감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권 위원은 이에 대해서도 과감한 감축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가동연한이 다 돼 발전소 가동을 중지시키는 것을 기후위기 대응책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지난 4월엔 문 대통령이 ‘기후 정상회의’에 참석해 향후 국내 추가 신규 석탄발전소 허가 금지 등에 대해 언급하긴 했으나 국내와 해외에 증설 예정인 발전소 10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환경단체들은 탄소중립위원회에 대해선 설치의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지만 실효성있는 기후 대응책이 나오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 위원은 “녹색성장위원회 등 여러가지 환경 관련 위원회를 통합해서 시민사회와 논의하겠다는 것엔 동의한다”며 “그러나 위원회를 구성하는 100인 중 대다수가 산업계와 학계에서 미약한 환경 정책에 동의했던 사람들이어서 적극적 탄소중립 이행계획이 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우려가 당연히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산업계와 재계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기존의 정부 정책은 산업계에 너무 유리했다”며 “기후위기를 유발한 기업들에게 책임을 요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상행동이 탄소중립위원회에 제안한 실행 과제는 ▲지구 평균기온 1.5도 이내 상승 목표를 실현할 수 있는 탄소중립 이행계획 수립 ▲2030년 탈석탄로드맵 수립, 국내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과 해외 신규 석탄발전투자 중단 ▲가덕도 공항을 비롯한 신규 공항건설계획 백지화 ▲노동자, 농민, 지역주민, 소상공인 등이 참여하는 정의로운 전환 계획 수립 등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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