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사정이 어려워져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 하룻밤 쉴 곳을 제공해 준 옛 연인을 살해한 3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5년을 선고받았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지난달 31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 씨에게 원심과 같은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또한,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A 씨는 지난해 7월 10일 전 여자친구 B 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하룻밤 신세를 지고, 이 과정에서 “다시 만나 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하자 흉기를 휘둘러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 씨는 자신이 일하던 안마 시술소가 경찰 단속으로 폐업하고 벌금 수배까지 돼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진 상태로, B 씨의 집을 찾았다. B 씨는 6개월가량 사귀다 헤어진 여자친구였다.
A 씨는 B 씨에게 “나 샤워도 좀 하고, 빨래도 좀 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했고, B 씨는 A 씨의 누추한 행색에 마음이 약해져 승낙했다.
A 씨는 집 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한 뒤 옷방에서 잠을 잤다.
이튿날 새벽잠에서 깬 A 씨는 B 씨가 자고 있던 안방으로 가 다시 만나 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위협했다. A 씨는 흉기를 들고 B 씨에게 다시 만나자고 협박했지만, B 씨가 “사람 살려”라고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려고 하자 격분해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B 씨는 온몸을 여러 차례 찔려 숨졌다.
A 씨는 범행 이후 B 씨 차량을 몰고 지방으로 달아나 음독을 시도했으나 경찰에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역시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결별을 사이에 둔 다툼 과정에서 자존심 상하는 말을 들었을 수는 있으나 이런 범행 동기가 살해를 정당화하거나 참작할 만한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피해자는 오갈 데가 없어 집을 찾아온 피고인에게 연민을 느껴 잘 곳을 제공하는 호의를 베풀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30대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는 등 열심히 생활해왔는데, 이번 범행으로 인해 고귀한 생명을 잃게 됐다”며 “유족들은 극심한 충격을 받고 아직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