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택시기사 딸 계좌로 1000만원 보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일 21시 49분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2021.6.1/뉴스1 © News1
사의를 표명한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1일 오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2021.6.1/뉴스1 © News1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택시기사 폭행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 뒤 합의금 명목으로 1000만 원을 택시기사 S 씨 측에 건넨 것으로 2일 밝혀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S 씨를 조사하며 이 차관으로부터 지난해 11월 8일 합의금 1000만 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이 차관이 1000만 원을 S 씨의 딸 명의 계좌로 송금한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차관이 S 씨의 계좌가 아닌 가족명의의 계좌를 이용한 것을 두고, 보안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S 씨는 지난해 11월 6일 밤 11시 30분경 서울 서초구 이 차관의 자택 근처에서 폭행을 당한 뒤 다음날인 11월 7일 한 블랙박스 업체에서 전용 뷰어를 통해 재생된 폭행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 이를 이 차관에게 전송했다. 이 차관은 다음날인 8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S 씨를 만나 “동영상을 삭제해 줄 수 있냐”며 합의금을 낼 의사를 내비쳤다. S 씨는 또 “이 차관이 ‘기사님이 내려서 뒤에 문을 열어갖고 날 깨우는 과정에서 내가 멱살잡은 걸로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운전 중에 S 씨가 폭행을 당했다면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로 처벌받지만 택시가 정지한 상태에서 폭행을 한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형사처벌할 수 없는 형법상 일반 폭행죄 적용을 받게 된다. 이에 S 씨는 “지울 필요가 있냐. 다른 곳에 안 보내면 되지 않냐”고 답했다고 한다. S 씨는 이 차관과의 합의 후에 폭행 영상을 삭제했지만 지인 2명에게는 폭행 영상을 보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한 S 씨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 삭제를 요구한 이 차관이 S 씨에게 준 돈은 단순 합의금을 넘어 폭행 영상 삭제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이 차관에게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S 씨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자 “다시 조사해야 되나” “내가 안 본 걸로 할게요” 등의 얘기를 한 경찰 등 서울 서초경찰서 관계자 3명도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유원모기자 onemore@donga.com
이소연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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