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찾아오기 직전인 지금이 반려견 산책의 적기다. 일단 날씨가 좋다. 추운 겨울에는 반려견과 산책 나가겠다는 마음을 먹는 일조차 어렵다. 추운 겨울에 반려견과 외출했다가 개와 사람이 전부 감기에 걸릴 위험도 있다. 여름도 산책을 나가기 좋은 계절은 아니다. 더운 날씨와 잦은 비 소식에 밖에 나가기 꺼려지는 날이 많다. 여름에 특히 수가 늘어나는 곤충도 걱정된다. 개에게 전염병을 옮기는 해충도 무섭지만, 길가의 곤충을 개가 먹어서 탈이 나는 경우도 적잖다.
첫 산책, 집 앞부터 천천히
곤충이 비교적 많지 않고 날씨도 가장 좋은 시절이 지금이다. 인근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도 반려견과 산책하는 보호자를 쉽게 볼 수 있다.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산책에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해서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집과 달리 밖에서는 어떤 상황을 맞닥뜨릴지 모른다. 반려견의 외부 활동이 느는 시기인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가장 안전한 시기가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개들은 대부분 산책을 좋아한다. “산책 갈까”라는 보호자의 말에 개들이 신나하는 동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개라고 해서 산책 중 만나는 모든 상황이 기꺼운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상황이 반려견의 시선으로 보면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산책 외에는 외부 활동이 없는 반려견의 눈에는 밖에서 만난 대부분의 것이 새롭다. 일례로 처음 보는 사람의 등장이나 길고양이와의 만남 등은 사람에게는 일상이지만, 집에서 주로 생활하는 반려견에게는 큰 자극이다.
일부 반려견은 이 같은 상황에 호기심을 보이며 다가간다. 호기심으로 끝난다면 산책은 반려견을 위한 좋은 사회화 훈련이 된다. 문제는 호기심이 공격성으로 발전하며 발생한다. 일부 반려견은 새 자극을 일종의 위협으로 느끼는 경우가 있다. 난생처음 산책을 나온 반려견이 갑자기 매섭게 짖어대거나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사회화 교육을 해야 한다. 개의 종류에 상관없이 생후 3~6개월부터 사회화 교육을 시작하는 편이 좋다. 본격적인 산책 전에 집 근처 외출부터 시작해 천천히 외부와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반려견이 이상행동을 보이면 이를 즉시 교정해 줘야 한다. 이처럼 차츰 외부 활동의 범위를 늘려가다 보면 산책 중에서도 이상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줄어든다.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 산책은 즐겁다. 반려견이 밖에 나와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보호자의 마음도 덩달아 들뜬다. 하지만 반려견이 신나서 뛰노는 모습이 모든 사람에게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개가 두려운 사람은 공원에서 개를 만나는 일도 두렵다. 낯선 사람을 보고 반려견이 놀라 짖거나 공격성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작은 개라면 모르겠지만 중대형견이 짖어대는 것을 보면 대다수의 사람은 당황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보호자가 신경을 써야 한다. 사회화 교육을 마쳤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반려견이 신이 나 낯선 사람에게 다가갈 수도 있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려견을 반갑게 맞아줄 수 있으나 개를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공포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목줄은 필수다.
목줄 외에도 반려견 인식표와 동물등록도 첫 산책 전에 마쳐야 한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절을 ‘에티켓’이라 한다. 반려견은 사람이 아니므로 에티켓을 지킬 수 없다. 보호자가 직접 나서서 반려견(Pet)의 에티켓을 지켜줘야 한다. 최근에는 반려동물 보호자가 지켜야 할 에티켓을 펫티켓(Pet+Etiquette)이라 줄여 부르기도 한다.
산책 시 펫티켓을 지키기 위한 팁이 한 가지 있다. 보통 보호자는 산책 전에 반려견의 용변을 처리할 비닐봉지와 작은 삽을 하나 챙긴다. 여기에 하나 더해서 물을 한 병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배설물을 수거한 뒤에 흐르는 물로 자리를 깨끗이 치워주는 편이 좋다. 개가 다리를 들고 특정 장소에 소변을 보는 것을 ‘마킹(Marking)’이라 한다. 개의 영역표시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개가 해당 장소를 기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다. 마킹의 흔적도 빠르게 물로 지워줘야 펫티켓을 지키는 보호자가 될 수 있다.
산책 전 예방접종은 필수
집과 달리 밖은 반려견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기다. 일본 뇌염 등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이 돌지 않는 이상 국내에 서식하는 모기는 사람의 생명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개는 상황이 다르다. 모기에 물린 개가 목숨을 잃게 될 수도 있다. 개에게는 치명적 기생충인 ‘심장사상충’을 옮기기 때문이다. 개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되고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울혈성 심부전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모기에게서 개를 지키기 위해서 보호자는 심장사상충 예방접종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공원의 잔디밭에도 반려견을 위협하는 생물이 있다. 바로 진드기다. 5~6월은 반려견 외출에 좋은 시기이지만 동시에 진드기가 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국내 전국적으로 서식하는 진드기 중 ‘작은소참진드기’라는 종이 있다. 이 진드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라는 인수공통전염병의 매개체 중 하나다.
이 병에 걸리면 사람도 사망할 수 있어 작은소참진드기는 ‘살인 진드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개도 이 병에 걸리면 죽을 수 있다. 사람은 적어도 옷과 신발 등 진드기를 방어할 수단이 있다. 하지만 개는 보통 옷과 신발을 갖추지 않고 풀밭에 뛰어든다. 그만큼 진드기에 물릴 가능성이 높다.
산책 후에 반려견이 몸을 긁거나 고통스러워하는 신음을 내면 발가락 사이나 귀 겨드랑이 피부가 약한 곳을 살펴보는 편이 좋다. 이 부분에 발진이 일어났다면 동물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은 반려동물 전용 천연 살충제 제품도 시중에 출시돼 있다. 산책 전에 반려견에게 천연 살충제를 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려견이 공원이나 풀밭에서 몸을 비비고 놀다 야생동물의 배설물이나 사체 등을 몸에 비벼 전염병에 걸릴 위험도 있다. 봄철 산책 전 광견병 등 예방접종을 마쳐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산책 후에도 반려견의 발을 닦아주면서 몸 전체를 살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하면 즐거운 산책이 반려견의 건강을 해치는 위험한 산책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웅종 ● 연암대 동물보호계열 전임교수 ● 이삭애견훈련소 대표 ● 한국동물매개치료견협회 회장 ● 대한명인 반려동물교육 명인 15-451호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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