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양시 환경보호에도 스마트시티 기술 도입
● 시내 곳곳 물 분사 장치…더위 식히고 미세먼지 잡고
● AI 폐기물 컨테이너, 재활용품 수거 자판기 설치
● ‘영남알프스’ 등 천혜의 자원 활용해 미래 먹거리 만든다
● 밀양 찾은 관광객 1301만 명, 전년보다 7% 늘어
● 농업혁명으로 더 깨끗한 밀양 꿈꾸는 사람들
풍요롭고 비옥한 자연 속에서 인문학 등 문화예술이 만개한 밀양은 자연히 경남 최고의 농업도시이자 관광도시가 됐다. 그런 밀양이 최근 자연조건을 바탕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축은 환경이다. 지난해 12월 밀양시는 환경부 지정 ‘스마트 그린도시’로 선정됐다. 스마트 그린도시는 도시 환경을 보존하는 동시에 스마트 도시화를 통해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이다. 밀양은 지역의 강점인 농업과 관광을 강화하고 친환경적 요소와 신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2023년 나노융합산업단지가 완공되면 청년들의 새로운 일자리도 생긴다. 스마트 그린도시로 환경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은 밀양은 어떤 모습으로 변하고 있을까.
편안하고 깔끔한 친환경 도심
밀양시 스마트 그린도시 조성사업의 중심이 되는 곳은 주요 시가지인 삼문동 일대다. 5월 12일 찾은 삼문동 시가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로수였다. 가로수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어 도심이지만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밀양시가 진행 중인 가로수 조성 사업 때문이다. 시가지 사이에는 작은 개울도 흐른다.
밀양은 대구 못지않게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다. 이름부터가 빽빽하게 해가 내리쬐는 도시(密陽)라는 의미다. 도시에 조성된 가로수와 개울 덕에 도심에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다.
밀양시의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 핵심은 이러한 ‘빽빽한 볕’을 잡기 위한 ‘기후 탄력’ 사업이다. ‘쿨링 포그’ ‘쿨링 루프’ 등 물을 분사하는 장치를 도시 곳곳에 설치한다. 물 분사 장치는 기온을 낮추는 역할 외에도 공기 중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역할도 한다. 밀양시는 “기상과학관 등 기후 시설을 통해 미세먼지와 기온을 확인해 물 분사 장치로 이를 조절할 계획”이라 밝혔다.
도심의 생활폐기물 처리 방식도 달라진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 자동압축쓰레기 처리 컨테이너’와 ‘재활용품 수거 자판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스마트자동압축쓰레기 처리 컨테이너에는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는다. 일반 쓰레기를 컨테이너에 버리면 시설이 자동으로 쓰레기를 압축해 내부에 보관한다. 쓰레기가 가득 찰 일도 없다. 컨테이너가 가득 차기 직전에 운영 시스템으로 이를 확인해 쓰레기를 수거·처리한다.
재활용품 수거 자판기는 주민들이 재활용품을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이를 분류하는 기계다. ‘자판기’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재활용품을 넣으면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 재활용품 중 원료로 재가공이 가능하거나 재사용이 가능한 병, 투명 플라스틱, 캔 등을 버리면 일정 비용을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밀양시는 2023년까지 이 같은 자동 생활폐기물 처리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자연환경 보존으로 밀려오는 관광객
밀양은 영남권 도시 거주민의 주요 휴양지였다. 부산, 대구, 울산, 창원 등 주변 대도시에서 차로 1~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서울로 치면 경기 이천·여주쯤 되는 거리다. 낙동강이 흐르는 남쪽을 빼면 전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특히 가지산·운문산·천황산·재약산은 태백산맥 끝자락과 이어지는 지맥으로 이름만큼 아름다운 ‘영남알프스’의 시작점이다.
봄에는 꽃이 피는 산을 찾아 관광객이 몰리고, 여름에는 천황산에 피서객이 몰린다. 천황산에는 7~8월에도 얼음이 어는 ‘얼음골’이 있다. 가을이 되면 재약산 억새밭이 붐빈다. 은빛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광경을 보기 위해서다. 겨울에 눈 내린 산은 절경이다. 겨울 산행은 위험하지만 얼음골로 오르는 케이블카가 있어 안전하게 설산(雪山)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해외 휴양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밀양을 찾는 관광객 발걸음이 주춤하더니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관광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밀양을 찾은 관광객 수는 1301만1709명. 전년 대비(1219만3700명) 7%가량 늘었다. 관광객이 10%가량 늘어난 강원도 양양을 제외하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증가 폭이 가장 크다.
관광객들이 다시 밀양을 찾게 된 이유는 단연 자연환경이다. 산림지역을 개발하지 않은 덕분에 ‘캠핑족’이 몰려들었다. 관광자원 또한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시는 자생식물 육성· 보존을 위해 2022년까지 ‘밀양아리랑수목원’을 조성하고, 올해 3월 26일에는 ‘국립등산학교’ 유치에도 성공했다. 2023년 개관 목표인 등산학교는 산악인 교육 외에도 체험·문화 공간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효율적이고 깨끗한 농업
자연환경과 더불어 밀양의 또 다른 ‘비밀병기’는 농업이다. 지난해부터 시는 농업을 ‘6차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1차 산업인 농업을 6차 산업으로 키우는 이유는 농업이 단순 재배 및 수확만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이 아니라고 보는 데 있다. 지금의 농업은 식품가공(제조업·2차 산업), 유통·판매 서비스 및 체험관광 사업(서비스·3차 산업)을 연계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인 만큼 6차 산업으로 집중 육성할 계획을 세웠다.
우선 시는 농산물 가공과 유통·판매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설립한 ‘밀양먹거리센터’는 밀양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선별·세척·소포장 공정을 통해 식재로 만드는 시설이다. 이 시설에서 가공한 농산물은 같은 해 9월 시에서 설립한 ‘밀양물산㈜’을 통해 전국으로 판매된다. 밀양시 관계자는 “농산물 판로를 시가 나서서 개척하고 유통마진을 최소화해 농가가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 밝혔다.
농업에도 환경보존이 숨어 있다. 농업으로 인한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는 삼량진읍 일대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할 예정이다. 스마트팜은 각 작물 특징에 따라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작물을 키워내는 새로운 형태의 농업. 기온과 작물 상태에 따라 최적화된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 낭비 요소를 줄인다.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작물이 자라는 만큼 농약의 오남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청년 영농 창업이나 귀농 창업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경영형 스마트팜도 2023년 내로 설치할 계획이다. 동시에 작물 관련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시설도 들어선다.
밀양시 관계자는 “밀양은 시민들의 생활수준 향상, 관광자원 개발, 농업 혁신을 이루는 동시에 환경보존 및 생태 복원에도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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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이 곧 경제…산단에도 환경을 입힌다” 환경부 출신 박일호 시장의 ‘진심’ 환경정책
● 더 작고 효율적인 친환경 도심 ● 환경파괴 최소화한 농·공업단지 조성 ●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 등 체험형 관광 육성 ● 청년 일자리 통해 ‘찾아오는 밀양’ 만든다
“밀양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두 가지가 환경과 경제입니다.”
5월 12일 밀양시청에서 만난 박일호 밀양시장의 환경에 대한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환경부 관료(행시 34회) 출신인 만큼 밀양의 미래 먹거리를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찾았다.
2016년에는 시내 오염물질을 전년 대비 절반으로 확 줄여 환경부 주최 제1회 ‘Good Air City’ 대상을 받더니 2017년에는 밀양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나노산단)를 유치했다. 나노산단에는 초소형 물질을 가공하는 업체가 주로 입주할 예정인데, 농업과 관광도시 밀양에 새 먹거리를 챙기고 있다. 박 시장은 깨끗한 환경과 시의 산업 활성화를 통해 ‘떠나는 밀양’에서 ‘돌아오는 밀양’을 꿈꾼다. 2021년 4월 밀양시 인구는 전월 대비 29명(전체 인구 10만4383명) 늘었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 자연 감소로 매년 인구가 450명 이상 감소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수치다. 박 시장은 ‘도시의 집적화’를 화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작고 효율적인 도시가 환경오염 막는다
“일반적으로 도시를 친환경적이지 않은 곳이라 생각하는데 실상은 달라요. 도시를 고도로 개발할수록 지역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죠. 도시가 집적화돼 비교적 작은 땅에 생활시설이 모인다면 그만큼 사람이 살지 않는 공간의 환경을 보존할 수 있죠.”
- 밀양은 도심 외에 농업지역, 나노 산단 공업지역도 있는데요.
“궁극적으로는 시민 생활지역과 농업·공업·관광 지역을 분리해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청정 밀양’의 환경을 지킬 겁니다. 밀양의 환경을 보존하고 밀양을 찾는 관광객들이 깨끗한 자연을 즐길 수 있도록 말이죠.”
- 도시나 농업·공업 지역의 환경보존은 어떻게….
“밀양 도시개발 정책 목표는 ‘자연과 더불어 모두가 누리는 행복한 환경’입니다. 이 목표대로 생활 및 농업·공업 지역도 최대한 자연환경을 지키는 선에서 개발이 진행되고 있죠.”
그의 말대로 밀양은 도심의 환경보호에도 열심이다. 대표 사업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가로수 심기 사업’과 ‘스마트 그린도시’다.
“지난해 12월 밀양시가 환경부 스마트 그린도시에 선정돼 인공지능AI(기술)과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ICT기술을 통해 도시 내 폐기물 처리와 기후 조절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 확산사업(2021년 3월 선정)과 연계해 도시 내 교통량 조절 및 교통안전 확보에도 힘쓰고 있어요.”
- 2023년에는 나노산단과 삼양식품 밀양 공장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공업 시설이 들어서는 일을 두고 환경오염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산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마련돼 있어요. ICT기술을 이용한 친환경 설비와 산단 내 환경 모니터링 시스템이 도입됩니다. 동시에 물류 자동화를 통해 산단을 드나드는 물류 이동도 최소화할 계획입니다. 산단을 드나드는 차량이 줄어드니 산단으로 인한 소음, 대기오염, 교통체증을 일부 해소할 수 있죠.”
- 밀양은 예로부터 농업도시로 인식됐는데 농업단지의 환경오염 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경남도 최초로 농산물안전성분석실을 설치했어요. 농산물에 묻은 농약이나 영양제 등이 과도하게 검출될 경우 출하를 금지합니다. 농가는 한 해 농사로 고생한 대가가 사라지게 되는 셈이죠. 출하 전에 농산물안전성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 이 같은 사례가 줄겠죠. 그만큼 농약이나 기타 약품 사용량도 줄일 수 있습니다.
- 스마트팜도 도입한다고 들었는데요.
“지금 설치하고 있는 스마트팜은 농가 혁신을 위한 시설입니다. 사시사철 다양한 농산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해 밀양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스마트팜이 농작물의 효율적 재배를 돕는 시설인 만큼 추후에는 농업용수나 농업 관련 약품 절약 등 환경오염을 줄이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봐요.”
생태체험으로 관광객 늘고 환경보호도 하고
- 최근 밀양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이유는 뭘까요.
“원래 밀양은 영남 주민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입니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국내 여행 수요가 증가했고, 밀양시의 체험형 관광상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생긴 결과라고 봐요.”
- 체험형 관광상품이라면….
“대표적 예가 지난해 5월 개관한 ‘밀양아리랑우주천문대’입니다. 지난해 연말까지 이곳을 찾은 관람객만 4만2000명으로 국내 천문대 중 관람객이 가장 많았습니다. 매년 10월 외계인을 테마로 한 ‘외계인 축제’가 열리는데, 외계물질 관련 실험 등 체험 시설이 많아 인기가 많아요(웃음). 별만 관측하는 게 아니라 흥미로운 과학 축제로 인식하는 거죠.”
- 그래도 밀양의 주요 관광자원은 산림자원 아닐까요.
“맞아요. 산림자원에도 체험 시설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밀양시 단장면의 사자평 고산습지 인근에는 ‘인공 고산습지생태관’과 ‘영남알프스 자연생태체험 시설’을 조성해요. 관광객이 직접 고산습지의 생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말이죠. 산림관광자원 개발은 생태관이나 숲 조성인 만큼 관광자원 개발이자 동시에 환경 복원 사업인 셈이죠.”
- 관광자원이 속속 들어서고 귀농, 농·공업 단지 개발 등으로 밀양시 인구도 늘어나고 있군요.
“사실 지방도시의 인구감소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밀양만 해도 매년 1000여 명의 어르신이 돌아가시지만 태어나는 아이는 300명이 채 안 돼요. 다행인 것은 지난해 관외 전출자는 6695명, 전입자는 6778명으로 순유입 인구가 83명 증가했다는 겁니다. 농·공업단지 개발도 있지만 관광자원 때문일 거라고 봐요. 공업단지 개발과 관광자원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창업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농업, 공업, 관광, 환경을 바탕으로 한 ‘젊은 밀양’을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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