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파업 때마다 “분류작업 본사가 책임져라”…‘까대기’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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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7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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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6일 서울의 한 택배물류센터가 멈춰 있다. 2021.6.6/뉴스1 © News1
주말인 6일 서울의 한 택배물류센터가 멈춰 있다. 2021.6.6/뉴스1 © News1
이번 택배노조 파업도 결국 일명 ‘까대기(분류작업)’이 도화선이 됐다. 택배기사의 과로사 주범으로 까대기가 지목되고 있지만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자동분류장치(휠 소터)를 설치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막대한 투자비용과 설치시간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 역시 인력수급 문제와 비용 때문에 쉽게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7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 소속 조합원 6500명은 이날부터 택배 분류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오전 9시 출근, 오전 11시 배송 출발 등 집단행동을 전개했다.

택배 분류작업은 허브터미널(메인 거점)에서 서브터미널(지역별 거점)로 옮겨진 물품들을 운송장에 적힌 배송 지역, 즉 택배기사가 맡은 구역별로 나누는 작업이다. 업계에서는 ‘까대기’라고도 하며, 통상 오전 7시 전후부터 시작된다.

◇택배노조 “분류작업은 ‘공짜노동’…회사가 가져가야”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합의를 앞둔 택배노조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2021.6.4/뉴스1 © News1
진경호 전국택배노동조합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 최종합의를 앞둔 택배노조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에서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2021.6.4/뉴스1 © News1

2017년 출범한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을 ‘공짜노동’으로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거부해 왔다. 택배기사들의 주 업무는 집화·배송인데, 여기에 건당 수수료를 따로 받지 않는 분류작업이 더해지면서 업무 강도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는 택배 물동량이 해가 갈수록 늘면서 분류작업의 비중도 늘어, 택배노동자 과로사의 한 원인이 돼 왔다고도 주장한다. 지난해 9월 일과건강이 발표한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당 평균 분류작업은 코로나19 전보다 35.8% 늘었고, 전체 노동시간의 42.8%를 차지했다.

이에 지난해 1월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는 Δ택배기사 업무에서 택배 분류작업을 제외하고 Δ택배기사 작업시간을 제한하며 Δ심야배송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에 합의했다.

택배노조는 이중 첫 번째 합의 내용인 ‘분류작업 제외’를 업체들이 즉시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택배사들이 분류인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하기 위한 인력 모집 등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1년의 유예 기간을 적용해 달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업체들은 분류인력 대부분이 단기 아르바이트생으로 이뤄지는 만큼 짧은 기간 안에 대규모 인력을 안정적으로 모으기는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택배기사 2명 당 분류지원 인력이 1명 들어가야 하는데 당장 넣기는 현실적으로 좀 불가능하다”며 “많은 인원을 갑자기 넣지도 못할뿐더러 분류지원 인력이 더 들어간다고 (과로 문제가) 다 해결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동분류기 설치에 한해 영업益 절반…관건은 재원 마련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지연 출근 및 배송, 분류작업 중단 등 단체 행동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비노동조합원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1.6.7/뉴스1 © News1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지연 출근 및 배송, 분류작업 중단 등 단체 행동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비노동조합원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1.6.7/뉴스1 © News1
만일 택배 자동분류기(휠 소터·Wheel Sorter) 등 자동화 물류 시스템을 현장에 구축할 경우 이같은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기존에 택배 기사 5명이 했던 분류작업을 분류인력 1명에게 맡길 수 있다.

관건은 재원 마련이다.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지 않게 든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 모든 터미널과 택배 대리점 영업소에 구축하기란 어렵다. 실제로 CJ대한통운이 수년에 걸쳐 휠 소터와 ITS(바코드 인식기·Intelligent Scanner) 설치에 투입한 재원만 1400여억원에 이른다. 한해 영업이익 규모의 절반 가량이 들어간 셈이다.

여기에 실제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 대리점 영업소가 대부분 영세해 이같은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또다른 문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분류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며 “한해 영업이익 전체를 다 쏟아부어도 2~3년 정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입장에서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만큼, 오는 8일 열릴 사회적 합의기구 2차 회의에서 합의안이 도출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택배업체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합의문이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본다”며 “요구 수준과 (현장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택배업체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에서 잘 협의가 이루어지도록 한 발씩 양보하는 것”이라며 “합의가 원만하게 나오는 게 중요한데 일방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합의가) 도출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이행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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