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 사건의 피해자가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숨 쉬는 게 민폐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는 8일 오전에 열린 오 전 시장의 결심공판을 앞두고 오거돈성폭력사건동공대책위원회를 통해 입장문을 공개했다.
A씨는 입장문을 통해 “정말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지난해 4월 7일 오거돈 때문에 모든 생활이 엉망진창이 됐다”면서 “출근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자며, 사건 이후로 밖에서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이 의심스럽고 매순간 나쁜 생각이 들어 너무 힘들다”고 밝혔다.
A씨는 “샤워기 틀어놓고 칼을 쥔 채로 화장실에 혼자 앉아 있다가 잠이 든 적도 여러 번이다. 해가 떠 있을 때는 누가 쳐다보는 것 같아 불을 다 꺼놓고 살고, 밤에는 누가 몰래 들어와 저를 죽일 것 같아 온 집안 불을 다 켜놓고 지내다 해 뜨는 것 보고 잔다”면서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는지 참담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A씨는 또 “가족, 친구 등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 일로 마음 아파하고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이 사건이 없었다면 이 사람들도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하고 생각하다보면 그냥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숨 쉬는 게 민폐구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재판을 한 달 앞두고 변호사가 오거돈에게 편지를 받았다고 해 지난 1년 동안 사과 없이 온갖 2차 가해는 다 해 놓고 갑자기 보낸 편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로 반성해서 내가 용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면서 “하지만 편지를 본 이후 내가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초등학교 2학년인 조카도 사과할 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 얼마나 뉘우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반성한다”면서 “저 사람의 편지에는 그런 기본적인 내용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편지를 통해 피해를 변상하겠다고 한다”면서 “지난 1년2개월 동안 내가 겪은 고통을 어떻게 감히 돈으로 산정하며, 초호화 변호인들을 꾸려놓고 어떻게 그렇게도 성의 없는 사과를 할 수 있는지, 그 오만한 태도가 너무나 역겹고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특히 A씨는 “사건 직후부터 합의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진정한 반성 없는 합의금은 절대 받을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오거돈의 범죄는 제 인생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치혐오까지 불러일으키게 했던 사회적 이슈였다”면서 “제2·3의 권력형 성범죄자들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땅한 선례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중형을 선고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오거돈성폭력사건동공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은 오거돈에게 최고형을 선고해 법의 엄중함을 보여주고, 권력자들의 성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엄중 처벌로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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