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8일 검찰 직제개편안 관련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표명하며 의외의 승부수를 띄웠다.
일선 검찰청 형사부가 6대 범죄를 수사할 때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개편안은 국가적 대응역량이 약화되고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등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취지다.
앞선 검사장급 고위 간부 인사에서 논란의 인물이 영전하거나 친정권 인사들이 주요 포스트에 임명된 것을 두고 ‘총장 패싱’ 논란이 확산됐다.
이에 김 총장은 직제개편안에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통해 조직 내 혼란을 수습하고 자칫 닫힐 수 있는 박 장관과의 대화 창구를 유지하기 위한 ‘정면 승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검은 이날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장관 승인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고 일선 청 검사도 대부분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청의 조직개편은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이 약화하지 않는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것”이라며 “일선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와 권한, 기관장의 지휘, 감독권을 제한할 수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Δ수사 신속 착수 공백 Δ형사부 전문화 방향 배치 등을 조직개편안 반대 근거로 들고, “형사부 직접수사에 대한 통제방안은 직제가 아닌 대검 예규나 지침 등으로 규정하는 게 타당하며 대검에서 관련 예규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인사안에선 논란의 인물이 영전하거나 친정권 인사들이 주요 포스트에 임명돼 ‘보은·방탄 인사’라는 비판과 ‘총장 인사 패싱’ 논란이 확산됐다.
대검은 “인사안에 김 총장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돼 다행”이라며 진화에 나섰는데, 오히려 김 총장이 검찰 내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한게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책임론’까지 일었다.
뒤이어 박 장관이 “인권보호나 사법통제나 자칫 훼손될 수 있는 정도로 (검찰의 우려를)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히며 더 이상의 대화가 필요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자 우려는 더욱 증폭됐다.
검찰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법무부의 현 방침에 문제가 없고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란 박 장관의 입장은 김 총장의 의견 전달이 사실상 무용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더 이상 검찰 내 의견이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커진다면 ‘친정권 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던 김 총장에 대한 신망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고위 간부 인사로 흔들리고 있는 김 총장의 리더십이 직제개편안과 중간간부 인사를 거치며 더욱 위태로워질 수 있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특히 직제개편안은 검찰의 수사역량을 크게 약화시켜 정권 수사에 대한 방어진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검찰 내 우려가 매우 컸다.
결국 김 총장은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공개하는 것으로 갈수록 고조되는 검찰 내 걱정을 잠재우고 조직개편안에서 있어서만큼은 조직의 목소리를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박 장관을 다시 논의 테이블로 이끌어 내 직제개편안에 대한 검찰 내 우려를 전달하기 위한 행보란 분석도 있다. 김 총장은 박 장관과 “수시로 통화, 소통하겠다”라고 밝혀 대화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박 장관 역시 김 총장과 다시 만날 의향이 있다고 했다.
다만 직제개편안을 두고 박 장관과 김 총장의 시각차가 커 검찰 내부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긴 힘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놓고 “상당히 세다. 법리에 대한 견해차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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