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치하 침략기지… 군사독재땐 인권침해… 아픔의 역사 뒤로 하고
옛 중앙정보부-교통방송 건물 철거, 소나무 군락 등 녹지공원 조성
우당 이회영선생 기념관도 들어서… 개관 기념 독립군 체코 무기 특별전
서울 중구 남산 예장자락은 일제강점기 조선 침략 기지였던 통감부와 통감관저가 있던 곳이다. 통감관저 터는 1910년 8월 22일 한일강제병합조약 조인식이 있었던 역사적 현장이다.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는 반정부 세력을 탄압하던 중앙정보부가 있던 자리이기도 하다. ‘예장’이라는 이름은 조선시대 군사 무예 훈련장인 ‘예장’이 있었다는 데에서 따왔다.
이처럼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남산 예장자락에 공원과 이회영기념관이 9일 개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예장자락이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자 역사성을 회복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면서 “남산이 비로소 서울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 서울광장 2배 면적의 공원 조성
서울시는 그동안 남산의 자연경관을 가리고 있던 옛 중앙정보부 6국 건물과 TBS교통방송 건물을 철거했다. 그 자리에는 1만3036m² 규모의 녹지공원을 조성했다. 공원 지하에는 남산 주변을 운행하는 친환경 녹색순환버스 환승센터와 관광버스 주차장을 만들었다.
지상 녹지공원엔 남산의 고유 수종인 소나무 군락을 비롯해 18종의 교목 1642주, 사철나무 등 31종의 관목 6만2033주를 심었다. 또 중앙정보부 6국이 있던 곳에는 당시 있었던 인권 피해 등을 기억하기 위해 ‘기억6’이라는 공간으로 꾸몄다.
이 지역의 재정비 사업은 오 시장이 2009년 ‘남산르네상스 사업’이란 이름으로 시작했다. 당시 남산의 4개 자락(장충·예장·회현·한남)과 N서울타워 주변을 재정비해 남산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 공원 지하엔 이회영기념관 문 열어
공원의 지하공간에는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우당 이회영 선생(1867∼1932)과 여섯 형제의 업적을 기리는 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이 상실되자 이회영 선생과 형제들은 전 재산을 처분해 압록강 북쪽 지역인 서간도로 갔다. 이곳에 독립운동단체인 경학사와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는 등 한평생을 조국의 독립과 교육을 위해 몸을 바쳤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형제 모두 건국훈장을 받았으며, 이회영 선생의 부인 이은숙 여사는 2018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됐다.
기념관에는 후손들이 기증한 우당의 유품이 전시됐다. 이회영 선생이 직접 그린 묵란과 낙관, 가명으로 보낸 친필 편지봉투와 자필로 쓴 경주 이씨 족보 등도 볼 수 있다.
개관을 기념해 ‘체코무기 특별전’이 열린다. 100년 전 독립군이 사용했던 소총 등의 무기류와 지도, 군복 등 28점이 2023년 12월까지 일반에 공개된다. 일본에 맞서기 위해서는 무장이 필요했던 독립군은 블라디보스토크에 주둔하고 있던 체코 군단이 독일의 항복으로 철수를 결정하자 이들이 사용하던 무기를 헐값에 사들였다. 이 무기는 봉오동전투(1920년 6월), 청산리전투(1920년 10월) 승리를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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