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n번방’ 김영준, 신상공개 배경…“범행 길고 피해 커”

경찰 신상공개위, 만29세 김영준 공개 결정
일명 '남자 n번방'…피해자 많고, 미성년자도
"동종범죄 예방 차원도"…국민청원서도 요청

여성으로 가장해 7년7개월간 1300여명의 남성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이들의 음란행위 등을 녹화 및 유포한 것으로 조사된 김영준(29)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 사건 피해자가 1000명이 넘고 아동·청소년까지 포함된 점, 엄벌을 호소하는 국민청원에 20만명이 넘는 동의자 수 등이 김씨 신상 공개의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2013년 11월께부터 올해 6월까지 1300여명의 남성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피해자들의 음란 행위 등을 녹화 후 이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 김씨의 증명사진을 지난 9일 공개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3시 경찰관 3명과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해 김씨의 성명,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하기로 했다. 김씨의 현재 얼굴은 오는 11일 오전 검찰 송치 시 언론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경찰이 김씨의 신상공개까지 검토하게 된 데에는 7년7개월이나 이어진 그의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가 1300여명에 달한다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수가 많고 국민청원에서 신상공개 요청 동의가 20만명이 넘었다”며 “신상공개위원회 열 수 있는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보고 (신상공개위원회가) 진행이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김씨의 범행이 알려지고 ‘제2 n번방’으로 불리며 논란이 된 후 그의 엄벌과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글이 올라왔고, 여기에 동의한 인원은 총 22만2803명이었다.

피해자 중 아동·청소년 39명도 포함된 것도 신상공개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들 중 7명을 자신의 주거지 및 모텔 등으로 유인해 유사 성행위를 하게 하고 이를 촬영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상공개위원회는 이런 점을 종합해 김씨 사건의 사안이 중하며 재범 위험성도 높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김씨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심의 결정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 사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김씨가 소지하고 있던 영상물이 저장된 매체 원본을 압수해 폐기 조치했다고 밝혔다. 불법촬영물 추적시스템에 피해 영상을 모두 업로드해 인터넷에 유포된 내역을 확인한 후 여성가족부 등과 협업해 삭제·차단을 하는 등 피해자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도 했다.

한편 경찰은 앞으로 압수물 분석 및 추가 조사를 통해 김씨의 여죄와 범죄 수익 규모 등을 명확히 특정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김씨가 제작한 영상을 재유포한 피의자들과 구매자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