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법원장, ‘日징용소송 각하’ 비판…“국내법 따라야”

  • 뉴시스
  • 입력 2021년 6월 10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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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들, 日기업에 손배소송 '각하'
황병하 광주고법원장 "당연히 국내법 따라야"
"강제노역 행위는 법질서 위반…의문 없을 것"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 법원이 ‘각하’ 판단을 내린 것을 두고 현직 법원장이 “식민지배를 국제법상 불법인지 따지는 것은 난센스”라며 비판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황병하 광주고법원장은 이날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라온 법원 서기의 글에 이 같은 댓글을 달았다. 해당 서기는 “식민지배가 불법이 아니라는 판단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고 글을 게시했다.

이에 대해 황 법원장은 약 800자 분량의 댓글을 달았다. 해당 판결이 내려진 뒤 법원 내부에서 현직 판사가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법원장은 해당 댓글에서 “국제법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라며 “어떤 국가가 강대국이고 다른 국가가 약소국이라 해도 국제법은 모든 국가를 동등한 것으로 간주해 그들 사이의 관계를 규율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양자간 조약, 국제관습법 등이 국제법의 한 모습”이라며 “국제법이 동등한 국가 간 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이기 때문에 국제법 교과서를 아무리 뒤져봐도 강대국이 약소국을 힘으로 식민지화하는 방법을 다루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식민지 국민의 독립운동에 관한 내용도 국제법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다”며 “힘으로 다른 나라를 합병하는 문제나 독립운동 문제는 약육강식의 ‘사실’ 문제일 뿐이지 ‘규범’의 영역이 아닌 것”이라고 했다.

황 법원장은 “그러니 그것이 ‘국제법상 불법’인지 여부를 따지는 것은 난센스”라며 “일제시대 강제노역 손해배상 문제는 그 이론적 근거인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므로 당연히 국내법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법의 일종인 국제관습법에는 ‘법의 일반원칙’이 포함되고 ‘불법행위 법리’는 문명국가에 모두 적용되는 ‘법의 일반원칙’이므로 국제법으로도 인정되는 규범”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행위 법리’는 문명국가에 모두 적용되는 ‘법의 일반원칙’이므로 국제법으로도 인정되는 규범”이라며 “불법행위는 귀책 사유와 위법성 및 손해를 요건으로 성립되는데 여기서 위법성은 ‘법질서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내국법인이건 외국법인이건, 어떤 사람을 강제로 데려다 일 시키고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는 행위를 하면 그것이 국내법이건 국제법이건 ‘법질서에 위반’된다는 점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양호)는 지난 7일 강제징용 피해자 송모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주식회사 등 일본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개인청구권이 완전히 소멸된 것까지는 아니라도 개인이 일본 국가나 국민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것은 제한되며 소송을 받아들여 강제집행까지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2018년 10월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론이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한강의 기적’, ‘일본과의 관계 훼손 및 한미동맹 훼손’, ‘국격 및 국익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등의 해석을 담은 것을 두고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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