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9일 발생한 광주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숨진 김모 씨(30)의 작은아버지가 분통을 터뜨렸다. 딸만 다섯인 집의 막내인 김 씨는 그날 아버지와 함께 버스를 타고 가다 참변을 당했다. 김 씨의 어머니는 막내를 실은 관이 운구차로 옮겨지자 가슴을 부여잡고 흐느꼈다. 언니들은 말없이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를 부축했다. 김 씨는 암 투병 중인 어머니의 병원으로 가려고 아버지와 함께 버스에 탔다.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인 아버지(69)는 김 씨의 발인이 진행된 이날에도 딸의 부고를 알지 못했다.
12, 13일 광주에서는 사망자 9명 가운데 7명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큰아들의 생일 미역국을 끓여놓고 식당 일을 가다 변을 당한 곽모 씨(64·여)의 발인도 12일 진행됐다. 한 유족은 “이렇게 착하고 고운 사람이 왜 먼저 가냐”며 운구차를 뒤따라 한 걸음씩 걸으며 합장했다.
13일 광주 북구 구호전장례식장에서는 상복을 입은 앳된 손자 두 명이 할머니인 김모 씨(71) 영정과 위패를 품에 안고 장례식장을 나섰다. 김 씨는 9일 지역노인 가정방문 봉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다 사고를 당했다. 딸 이모 씨(44)는 어머니가 누워있는 관이 화로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광주 동구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도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참변을 당한 고등학교 2학년 김모 군(17)의 학교 후배 A 군(16)도 이날 분향소를 찾았다. A 군은 “사고 당일 선배를 학교에서 잠깐 마주쳤다”며 “먼저 다가와주고 후배를 걱정해주는 좋은 선배였다”고 회상했다. 이날까지 3000여 명의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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