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옵티머스·한명숙·윤중천 관련 사건 수사
윤석열 비롯한 검찰 전·현직 간부들 수사선상에
인력 부족에 정치 편향 논란도…속도 낼지 주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검사 사건 수사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1호 사건으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혜채용 의혹을 골랐으나, 이후 수사에 착수한 사건들은 모두 검사 사건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건 수사에도 착수했는데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김학의 접대 건설업자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검사 수사 방해 의혹’, ‘부산 엘시티 로비사건 봐주기 수사 의혹’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호 사건은 검사 사건이 아니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사건에 공제1·2호를 부여하고 지난달 초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에 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공수처가 검찰개혁을 원하는 여권에서 탄생시킨 조직이다보니 검사 사건이 ‘1호’가 되면 ‘검사 수사처’ 이미지가 고착화 될 수 있다는 내부 의견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이후 진행되는 사건은 모두 검사들이 연루된 사건이다. 공제3호 사건 피의자는 지나 2019년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으로 ‘윤중천 보고서’를 작성한 이규원 검사다. 공제4호 사건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위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고검장의 공소장을 유출한 검찰 관계자를 겨누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과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검사 수사 방해 의혹에는 공제7호와 공제8호가 붙었는데, 이 두 사건 모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핵심 피의자다. 조남관 법무연수원장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공제9호 사건은 부산 엘시티 사업 로비 의혹 봐주기 수사 사건이다.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 등이 봐주기 수사 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이밖에 공수처는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 관련해 윤 기획부장 사건도 검찰로부터 넘겨받았는데, 함께 연루된 문홍성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의 사건도 검찰로부터 다시 넘겨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사 의지를 확고히 한 셈이다.
이처럼 공수처가 검사 사건에 연이어 착수하고 있으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인력이 없어 수사 부서는 2개뿐인데 수사2부는 조 교육감 사건에 집중하고 있고, 수사3부가 나머지 사건을 배당받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수사3부 부장검사와 평검사 1명이 지난달 31일부터 4주짜리 법무연수원 실무교육에 참여, 수사 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정치적 논란도 부담이다. 윤 전 총장 연루 의혹 사건과 이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 모두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고발로 시작됐다. 엘시티 로비 봐주기 수사 의혹도 부산 참여연대 등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을 3개월가량 검토하고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입건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전·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이 대거 수사선상에 오르게 되면서 수사의 당위성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나 수사 여력이 충분치 않아 당장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 전 총장이 고발된 사건을 입건하자 정치적 죽이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향후 윤 전 총장 의혹 사건의 강제수사에 나설 경우 공수처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공수처는 오는 17일 오후 김진욱 공수처장이 참석한 가운데 검사 충원 문제 논의를 위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을 비롯한 검사 사건 수사 착수 배경 등에 대한 입장 표명이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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