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룰렛’(회전식 연발권총에 하나의 총알만 장전하고, 머리에 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건 게임) 같아 겁이 나서 못맞겠어요. 운 나쁘면 죽을 수도 있잖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이른바 ‘백신 포비아’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잇따른 백신 관련 사고에 젊은층마저 접종을 최대한 미루거나 아예 맞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3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얀센 백신을 접종한 30대 남성이 숨졌다.
보건당국과 대구시 등에 따르면 1983년생으로 알려진 A씨는 지난 10일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수성구 지산동의 한 병의원에서 얀센 백신을 맞았다.
과거 혈액 관련 질환을 앓다 완치된 이후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 A씨는 접종 첫날 발열 증상을 동반한 감기 기운이 있었다.
이튿날 체온과 혈압이 계속 떨어지자 지난 12일 영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13일 오전 3시쯤 숨졌다.
보건당국은 현재 A씨의 사망과 백신과의 인과관계, 백신 접종 당시 병원 측의 얀센 보관 상태 등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같은날 백신을 맞은 20대 군(軍) 장병도 숨졌다.
보건당국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의 육군 모 부대 소속 A병장이 13일 오전 생활관에서 의식을 잃은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A병장은 지난 7일 부대에서 미국 화이자사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7일부터 30세 미만 장병 중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진행 중이다.
군 관계자는 “(A 병장의) 사망 원인 등 세부사항을 조사 중”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군과 보건당국은 A병장의 사인 규명을 위해 부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군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장병 가운데 사망 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달에는 30대인 경남 김해 소재 공군부대 소속 B상사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후 1주일 만에 쓰러져 뇌사 판정을 받았다가 숨진 사례가 있다.
전북 부안군의 한 의료기관에서는 얀센 백신을 과다 투여한 사실이 확인돼 접종 대상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부안군 보건소에서 얀센 백신을 맞은 30대 남성 B씨가 40도의 고열 증세를 호소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 한 위탁의료기관이 B씨 등 30대 남성 5명에게 얀센 백신을 정량보다 5배 과다 투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얀센 백신은 1바이알(병)을 5명에게 나눠 투약해야 하는데, 병원 의료진은 1병을 1명에게 모두 투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한 상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5명 모두는 이상 반응 등에 대비해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경남 진주의 한 의원에서는 얀센 백신 예약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해 보건당국이 경위 파악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백신 관련 사고가 잇따르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초 14일 AZ 백신 접종을 하려던 문모씨(60)는 접종을 미뤘다.
문씨는 “계속해서 들리는 사망 사고 뉴스에 심리적으로 꺼림칙하다”며 “주변의 지인들도 맞아야 할지, 맞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이모씨(38·여·대구)는 “또래의 백신 접종자들이 숨졌다는 말을 듣고 솔직히 겁이 난다”며 “현재로서는 꼭 맞아야겠다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접종하지 않아서 얻은 이익보다, 접종해서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다”며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 국민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한사람도 빼지 않고 모두 접종하는게 코로나19로부터 빼앗긴 일상을 되찾는 유일한 길”이라며 “끝까지 접종하지 않으려는 국민이 20~30%는 될텐데 이들을 설득해 접종하게 만드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지역 3~6월 접종대상자 80만4407명 중 14일 0시 기준 누적 접종자는 1차 접종 48만9264명(대구시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 20.2%), 2차 접종 12만6640명(대구시 전체 인구 대비 접종률 5.2%)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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