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손 들어준 법원…공수처 ‘유보부이첩 주장’ 판정패

  • 뉴스1
  • 입력 2021년 6월 15일 17시 33분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1.6.11/뉴스1 © News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1.6.11/뉴스1 © News1
법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된 검사들을 기소한 검찰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유보부이첩’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보부 이첩’(조건부 이첩)은 사건을 검찰에 넘겼더라도 수사 완료 후 기소여부 판단은 공수처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가 이에 불복해 주요 사건마다 검찰과 기소 권한을 두고 대립한다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선일)는 15일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2회 공판준비 기일을 열어 공수처의 유보부이첩 주장을 일축하며 직접 기소한 검찰의 손을 사실상 들어줬다.

재판부는 “검토한 바에 따르면 검찰의 이 사건 공소제기가 위법이라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해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확정적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의 공소 제기는 적법하다는 전제로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또 이 검사 측의 헌법소원을 각하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선 “재판 절차가 남았기 때문에 헌재가 개입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어도 공소제기 권한은 공수처에 있다는 초유의 ‘유보부이첩’ 관련 공방은 공수처의 1차 판정패로 결론났다.

공수처가 아닌 검찰이 이 검사를 기소한 것이 적법한지를 두고 검찰과 이 사건 피고인 이 검사 측이 이견을 보여왔는데, 재판부가 잠정적으로 검찰의 손을 들어주며 검찰의 기소가 적법하다고 본 것이다.

검찰과 극한대치 중인 공수처로서는 난감한 결론이다.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 출신인 김진욱 처장은 검찰이 반발하자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자 했다. 이를 통해 공수처의 논리를 관철할 수 있다고 기대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검찰의 반발을 ‘공수처 흔들기’로 규정해온 공수처가 후속 대응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앞으로 유보부이첩 주장을 계속해도 논란만 커질 뿐, 현실적으로 검찰의 기소를 막을 방법은 없다. 명분과 실리 모두에서 공수처에 남은 카드가 없어 보인다. 이와 관련 공수처 측은 “이규원 검사 공판 관련 사법부의 판단을 계속 지켜보겠다”고만 공식입장을 냈다.

앞서 검찰은 지난 3월 현직 검사인 이 검사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고, 공수처는 수사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했을 때도 최종 공소제기 판단 권한이 공수처에 있다’며 수사 후 송치하라는 공문을 검찰에 보냈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수사팀은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이례적 수위로 반발했다.

대검 역시 “검찰에 이첩한 사건일 경우 대외구속력이 없는 공수처 내부규칙으로는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도록 정할 수 없으며, 공수처의 주장은 헌법과 법령 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후 수원지검은 이 검사 기소를 강행했다.

그러자 이 검사는 공수처의 요청을 무시하고 기소한 검찰의 공권력 행사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달 26일 “검사의 공소제기 처분에 관한 적법성은 법원의 재판 절차에서 충분한 사법적 심사를 받게 되므로 헌법소원 심판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이 검사의 청구를 각하했다. 공수처와 검찰의 기소권한 관련 판단은 법원의 판단에 맡긴다는 취지였다.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의 유보부이첩 주장은 현행 법체계에서 가능하지 않은 논리”라며 “공수처 주장대로라면 수원지검이 기소 권한도 없이 기소를 했다는 것인데 법원에서 공수처 주장을 인정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상 검사의 기소 권한을 제한하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