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나체 시신’ 보복살인 가능성…“고소에 앙심”

  • 뉴시스
  • 입력 2021년 6월 17일 16시 14분


친구 2명, 작년 11월 상해죄로 고소당해
지방까지 내려가 다시 서울로 데리고 와
"앙심 품고 감금, 경찰에 허위진술 강요"
경찰 "특가법상 보복범죄 적용 여부 검토"
법정형 '살인,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20대 남성 박모씨가 나체 상태로 사망한 채 발견된 사건과 관련, 경찰이 살해 혐의를 받는 친구 2명이 박씨 측의 앞선 상해죄 고소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정황을 파악했다.

이에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현재 적용된 형법상 살인이 아닌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보복범죄 가중처벌)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7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박씨 사망 사건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하며 “상해사건 처리 과정이 범행 동기과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4일 박씨는 서울 양재파출소에 임의동행됐는데, 이때 파출소 경찰관이 반팔 차림을 하고 있던 박씨의 몸에서 폭행 흔적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씨와 함께 살고 있던 친구 안모(20)씨와 김모(20·이상 구속)씨가 와서 자신들이 박씨를 데려가겠다고 했으나 경찰은 이를 거부하고 박씨의 아버지에게 연락을 해 직접 인계했다고 한다.

이후 박씨의 가족들은 박씨를 다치게 했다며 안씨 등을 상해죄로 대구 달성경찰서에 고소했다. 이후 사건은 관할권이 있는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이첩됐고, 올해 1월24일 영등포경찰서에서 피의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 등은 고소를 당하는 과정에서 박씨에게 앙심을 품었고, 올해 3월31일 지방에 있던 박씨를 서울로 데려와 강압상태로 두고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등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관이 상해 사건 대질조사 출석을 위해 박씨에게 통화를 요구하면 옆에서 “나 지방에 있다”는 식으로 말하게 하거나 아예 전화를 받지 못하게 하는 등 수사방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압적으로 박씨에게 고소 취하 의사를 경찰에 보내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같은 과정을 거쳐 상해 고소 사건은 지난달 27일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무죄 취지)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안씨 등의 살인 혐의 범행이 보복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보복범죄 가중처벌)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형법상 살인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특가법상 보복범죄 가중처벌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 사망 전 상황, 범행동기, 추가범행 등 혐의 입증을 위해 안씨와 김씨의 휴대전화 3대, 피해자 휴대전화 2대를 포렌식하고 발생지 주변 및 관련장소 CCTV, 대상자들 통화내역을 분석했으며 추후 대상자들의 계좌거래 내역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불송치된 상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수사심의계가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 여부 등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박씨에 대해 가출 신고가 접수된 사건도 처리의 적정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3일 오전 6시께 안씨 신고를 받고 출동해 나체 상태로 화장실에 숨져 있는 박씨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씨와 함께 살던 안씨와 김씨를 중감금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가, 이들의 감금과 가혹행위로 박씨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했다.

박씨 시신에 사망에 이를 정도로 큰 외상은 없었으나 영양실조에 저체중이고 몸에 멍과 결박을 당한 흔적이 있어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한다.

박씨와 안씨, 김씨는 학교 동창 등 모두 친구 사이였으며 그동안 함께 지내오다 이달부터 해당 오피스텔로 이사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와 김씨는 지난 15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감금 때문에 결국 사망하게 된 건 맞지만 고의를 가지고 죽음에 이르게 한 건 아니다”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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