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라도 행정구역 다르면 못 써
대전-세종-내포신도시 주민 불편
통용 여론에 지자체간 논의 있어도
일부 지역, 자금 유출 우려해 거부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에 사는 강모 씨(53·여)는 대전에서 홍성군으로 이사한 뒤 3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 ‘홍성사랑상품권’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 동네 한 마트에서 이 상품권을 제시했지만 거절당했다. 집 주소는 홍성군 홍북읍이지만 큰길 건너 마트는 행정구역상 예산군 삽교읍이어서 홍성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세종시 보람동의 박모 씨(60·여)는 직장이 대전이다. 식재료 등의 구매는 대부분 세종 싱싱장터를 이용하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대전 지역화폐 ‘온통대전’은 세종에서 캐시백이 적용되지 않는다. 박 씨는 “나처럼 대전과 세종을 오가는 단일 생활권 사람들이 수만 명이다. 지역화폐가 통용되면 편리할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충남 홍성과 예산, 대전과 세종 같은 단일 생활권에서는 지역화폐가 서로 통용되도록 하자는 요구가 많다.
대전시는 지난해부터 세종시에 지역화폐 통용을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않고 있다. 대전에 비해 상권이 열세인 세종지역의 자금 유출과 지역 소상공인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세종시가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지난해 세종시민이 대전에서 소비한 금액이 1474억 원인 데 비해 대전시민은 세종에서 555억 원을 쓴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세종지역의 지역화폐 가맹점이 대전의 7분의 1인 상황도 고려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지역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발행 목적에 비춰볼 때 지역화폐 상호 통용은 시기상조다. 두 지역 화폐를 별도로 발급받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하나의 생활권적 요소가 강한 내포신도시의 주민 불편은 더욱 크다. 길 하나 차이로 행정구역이 예산군 삽교읍과 홍성군 홍북읍으로 나뉘지만 지역화폐가 통용되지 않아 강 씨처럼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
홍성군과 예산군은 지난해 각각 220억 원, 219억 원의 지역화폐를 발행했다. 접경지역의 상인들은 난처한 경우를 자주 경험한다. 주민들조차 행정구역 경계를 구분하지 못해 물건을 사러 왔다가 되돌아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두 기관 인터넷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 맘카페 등에는 지역화폐를 사로 통용시키자거나 맞바꿀 수 있게 하자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충남도와 두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화폐 통합을 논의했지만, 예산군의 반대로 무산됐다. 세종시와 똑같은 이유에서다. 충남도 관계자는 “주민 불편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도에서 강제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한편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은 지난해 12월 지역화폐 통합 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해 행정구역 구분 없이 지역화폐를 사용하고 있어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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