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에게 고인의 시신 인수를 요청하다 별별 일을 다 겪습니다. 괜한 오해를 사기도 하고 해코지를 당한 적도 있죠.”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이 만난 서울 한 기초자치단체의 A 주무관은 고독사가 발생했을 때 연고자를 찾는 업무를 담당한다. ‘죽음’과 관련된 일이라 스트레스가 크지만, 마지막 길이라도 잘 챙겨드린다는 뿌듯함도 있다. 하지만 가끔씩 마주하는 유족들의 ‘냉대’에 쓰라린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고독사’로 숨진 류석환(가명) 씨도 잊혀지질 않는다. 류 씨가 병원에서 숨진 뒤 어렵사리 유족을 찾아 시신 인수를 요청했다. 주민센터 직원과 읍소하고 설득하며 열흘 넘게 기다렸다. 하지만 유족 측의 답변은 ‘거절’이었다. 결국 해가 바뀐 1월 1일, 류 씨는 서울시립승화원에서 무연고 사망자로 화장됐다.
“그분만 그런 게 아니에요. 수십 년 연락 끊긴 유족들도 사정이 있겠지만, 간곡히 사정하고 손 편지를 써도 소용없을 때가 많습니다. 저희가 가족사야 다 알 순 없는 노릇이라 그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지난해 3월 18일 대구 한 다세대주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홀로 발견됐던 김동석(가명) 씨도 엇비슷했다. 코로나19 확진 뒤 치료 도중 숨졌지만 받아줄 가족이 없었다. 형제도 친고모도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화장 뒤에야 연락이 닿은 친누나가 담당자의 설득 끝에 약 1년 1개월 뒤인 올해 5월 4일 유골을 인수했다.
“사실 공무원이 애써서 될 일이 아니잖아요. 유족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거든요. 수십 년 관계가 단절된 가족은 남보다 먼 사이잖아요. 그들의 ‘선의’에 기대는 건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류 씨와 김 씨는 기초자치단체 등에서 확인한 결과 ‘마음을 터놓고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있었다. 고인을 잘 보내드릴 의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법은 그걸 허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시신을 인수하거나 장례를 맡을 자격이 없다.
뒤늦게나마 국회에선 4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주도로 ‘장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적으로 고인의 가족이 아니라도 가까운 지인이나 이웃 등이 장례를 맡아 비용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도 1인 가구가 지난해 말 기준 900만을 넘어섰다. 가족의 개념도 많이 달라졌다. 세상을 떠나는 이는 누가 보내는가보다 어떻게 배웅하는가가 훨씬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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