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검찰이 ‘검찰 직제개편안’을 놓고 약 한달 가까이 줄다리기를 한 끝에 법무부가 검찰 측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18일 입법예고했다. 초안과 달리 일반 형사부도 경제범죄 고소 사건은 직접 수사를 허용했고, 소규모 일선 지청은 총장의 승인만 있으면 장관의 승인 없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22일까지 관련 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29일 국무회의에서 직제개편안을 통과시켜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등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 ‘장관 승인’ 조항 제외…부산지검 반부패부 신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방검찰청의 일반 형사부 중 ‘말(末)부’는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 참사 등 6대 범죄 수사에 앞서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총장이 수사 단서 확보 과정의 적정성, 검찰 수사의 적합성 등을 고려해 수사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총장이 사건을 다른 기관이나 검찰청에 넘길 수도 있다.
‘말부’가 아닌 다른 형사부는 피해액이 5억 원이 넘는 사기, 횡령 등 경제범죄의 고소 사건 등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고발한 사건, 다른 국가기관에서 수사의뢰한 경제범죄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0일 대검찰청에 보낸 직제개편안 초안에서 ‘말부’ 아닌 검찰 형사부의 직접 수사를 전면 제한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형사부의 직접 수사를 전면 제한할 경우 민생 범죄 처리 기간이 늘어나는 등 ‘수사 공백’이 생길 것”이란 검찰 내외부의 우려를 감안해 최종안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소규모 지청이 ‘6대 범죄’ 수사를 개시할 때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수사팀을 꾸려야 한다는 초안의 내용은 입법예고안에는 빠졌다. 법무부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조항”이라는 검찰 내부 비판을 받아들여 장관의 승인을 배제한 것이다.
부산지검 반부패강력부는 신설된다. 2019년 10월 당시 조국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방안의 하나로 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 광주지검 외의 반부패부 전면폐지했는데,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1년 8개월여 만에 일부 반부패부를 부활시키는 것이다.
● 검사들 “검수완박 본질은 안 바뀌어” 반발
김오수 검찰총장은 8일 “장관의 승인을 받는 직제개편안은 위법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이후 박 장관은 김 총장과 심야 회동을 갖고, 추가 논의를 한 끝에 대검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는 절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검사들은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크게 제한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의 완전박탈)’이라는 본질엔 변함이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이 올 1월부터 6대 범죄로 줄어들었는데, 새 직제개편안이 시행되면 일반 형사부는 일부 경제범죄를 제외하고 6대 범죄의 직접 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법조계 인사는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조기폐쇄 의혹 수사 등 정권이 민감해하는 사건은 총장이 마음먹고 수사를 막으려 하면 얼마든지 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한 부장검사는 “소규모 지청이 대형 사건을 수사할 일은 거의 없다. 박 장관이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률 아닌 시행령으로 검찰청법에 보장된 검사장의 사건 배당 권한, 검사의 수사권한을 박탈해 위법 소지가 여전히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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