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검증압박’-‘캠프악재’에도…지지율 격차 더 벌린 윤석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1일 11시 37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2021.6.9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열린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2021.6.9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대선 공식 등판을 앞두고 여권의 검증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몇 주 사이 2위 주자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의혹을 대선 쟁점으로 만들기 위한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고 있고, 캠프 대변인이 활동을 시작한지 열흘 만에 돌연 사퇴하는 악재 속에서도 지지율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1일 공개한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정례조사 결과에서 윤 전 총장은 38.0%,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5.0%로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뒤이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12.2%, 홍준표 의원 4.0%, 오세훈 서울시장 3.3%, 유승민 전 의원 3.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홈페이지에 있다.

1, 2위 주자 간의 지지율 격차는 지난주 7.8%포인트에서 이번 주 13%포인트로 5.2%포인트가 더 벌어졌다. 두 주자 간 격차는 윤 전 총장이 정치참여 선언을 검토하며 공개 활동을 늘린 5월 중·하순경부터 벌어지는 추세다. 5월 3주차 조사에서 4.2%포인트 차이였던 것이 5월 4주차 5.2%포인트, 6월 1주차 5%포인트, 6월 2주차 7.8%포인트로 격차가 커지다가 21일 발표된 6월 3주차 결과에서는 13%포인트로 확대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직후인 3월 1주차 조사 결과에서 1위로 뛰어오른 뒤 현재까지 2위인 이 지사와 한 자리 수 격차를 유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3월 이후 두 주자 간의 지지율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때는 ‘LH 사태’가 정국을 강타한 가운데 4월 재·보선이 한창이었던 3월 3주차로 17.4%포인트 차이가 난 바 있다. 이후 4~9%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치참여 선언을 앞두고 있는 윤 전 총장은 최근 여야에서 동시에 견제를 받고 있다. 여권은 윤 전 총장의 처가 의혹을 비롯한 이른바 ‘윤석열 X파일’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고, 야권에서는 국민의힘 대선경선 이전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형국인데도 지지율은 더 강세를 보이는 역설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에 대한 여당의 검증 공세가 아직까지는 윤 전 총장 지지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X파일’의 의혹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국민이 그에 대한 지지 유지나 철회를 고민할만한 여건이 아직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이후 ‘윤 전 총장을 때릴수록 지지율은 튀어 올랐던’ 여권과 윤 전 총장 간의 묘한 역학관계가 이번에도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윤 전 총장을 조기 퇴진시키기 위해 여권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가해졌지만 그럴수록 윤 전 총장의 정치적 위상과 지지율은 더 올라갔던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윤 전 총장의 대선 등판이 임박해지자 여당에서 송영길 대표를 비롯해 대선주자와 당 소속 의원들이 나서 윤 전 총장을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기존 여론조사에 나타난 결과를 보면 윤 전 총장은 정치·이념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층과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 평가층, 보수성향층에서 전국 평균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연령대에선 50대 이상, 지역적으로는 서울과 충청, 영남권에서 평균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기존 보수 후보들에 비해 확장성이 비교적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여권의 최근 검증 공세가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야권 지지층의 위기감을 키워 윤 전 총장에게 중도보수 지지층을 더 결집하게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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