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벨을 누르지 않은 채 ‘내려달라’고 말한 승객을 정류장에 내려주지 않았다가 감금죄로 고소당한 경기도의 한 시내버스 기사가 억울함을 토로했다.
22일 자동차 전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시내버스 승객 감금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최근 경찰서에서 감금죄 명으로 입건 조사를 받은 시내버스 기사라고 소개한 A 씨는 우선 고소인 측 주장을 전하며 말문을 열었다.
A 씨에 따르면 고소인들은 하차해야 할 정류장에서 내려달라고 했는데 A 씨가 내려주지 않았고, 그다음 정류장에서는 A 씨가 내리지 말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소인들의 부모가 다른 정거장에서 버스를 정차시키려 했으나 그냥 지나갔고, 버스가 얼마 안 가서 멈추자 앞문을 두드렸지만 A 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A 씨는 “이 주장대로라면 감금죄가 맞다. 사건을 맡은 형사님도 조사 진행 전까진 내가 참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조사 중 버스 내부 폐쇄회로(CC)TV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라며 경찰 조사받은 내용을 공개했다.
A 씨는 “승객이 하차벨을 눌러야 내려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내려달라’고 말만 하면 들리지도 않는다”며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은 해당 정류장에서 3명이 내릴 때 뒷문 쪽에 편안히 앉아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지 말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버스 기사는 타는 사람 안 막고 내리는 사람 안 잡는다”며 “이를 어기면 과태료 처분을 받고 1년 내 횟수가 누적되면 더 심한 행정처분을 받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고소인의 부모라는 사람들이 다른 정류장에서 버스를 세우려고 했으나 멈추지 않은 이유는 그곳이 ‘미정차 정류장’이었기 때문”이라며 “미정차 정류장에 버스를 세우면 과태료를 내야 하므로 정차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또 고소인의 부모가 정차 중인 버스에 다가와 앞문을 두드렸지만 열어주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그곳은 정류장이 아니어서 문 개방을 할 수 없었다”며 “개방할 경우 신고 및 과태료 대상이다. 이후 경찰이 와서 앞문 개방을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사건의 발단은 버스 요금”이라며 “요즘같이 마스크를 쓰는 시기에 사복을 입고 있거나 키가 큰 사람이 학생요금을 현금으로 내면 신분 확인을 종종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이들에게 수차례 신분 확인 요청을 했으나 응하지 않았고, 규정대로 경찰이 와서 확인한 끝에 상황은 종료됐다”고 했다.
A 씨에게 신분 확인을 요청받은 이들이 이후 하차벨을 누르지 않아 내려야 할 곳에 내리지도 못하자 화가 나서 시청에 A 씨에 대한 민원을 넣은 뒤 경찰에 고소장까지 접수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시청으로부터 어떤 행정처분도 받지 않았고 경찰 조사에서도 무혐의를 받았지만 “억울한 누명을 쓸 뻔했고, 열흘에 가까운 시간 동안 스트레스에 속병까지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버스에서 벨도 누르지 않은 채 ‘내린다’고 말만 한 사람을 내려주지 못한 걸 ‘감금’이라고 한다면 모든 대중교통 운전자는 범법자일 것”이라며 “최종처분 통지서가 날아오면 무고죄로 맞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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