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에 사는 중학교 교사 A 씨는 지난해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에서 차로 119km 떨어진 곳으로 이사했다며 해당 지역에 전입신고까지 했다. 전입신고 직후 A 씨는 해당 지역 거주자에게만 1순위 자격을 주는 아파트에 청약했고 결국 당첨됐다. 국토교통부는 그의 직장인 중학교가 아파트로부터 차로 1시간 40분 걸리는 곳에 있다는 점 때문에 위장 전입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결국 그는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지난해 하반기(7∼12월) 분양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불법청약 여부를 합동 점검한 결과 총 302건의 공급 질서 교란행위를 적발하고 이 중 299건을 수사의뢰했다고 24일 밝혔다. 당국이 수사를 의뢰하지 않은 3건은 부양가족 수 산정 오류 등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사례로 당첨이 취소됐다.
점검 결과 아파트 부정청약은 청약통장이나 청약자격 매매, 위장전입, 불법 공급 등의 형태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B 씨는 청약 브로커에게 자신의 청약통장을 넘긴 뒤 브로커 일당과 함께 적발됐다. B 씨는 지난해 한 아파트 단지 청약에 당첨됐지만 본인이나 가족이 계약하지 않고 제3자인 C 씨가 대리로 계약을 체결했다. C 씨는 다른 아파트에서도 대리계약을 한 적이 있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당국이 인터넷주소를 추적한 결과 단 한 대의 컴퓨터로 10명이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사실을 발견했다. 이 컴퓨터에서 진행된 청약 신청만 34건에 이르렀다. 청약 브로커 일당이 수십 건의 청약통장을 사들인 뒤 불법 청약을 한 것이다.
장애인 특별공급 대상인 D 씨는 지난해 말 한 아파트 분양에 청약해 당첨됐지만 역시 자신이 직접 계약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대리 계약을 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당국이 해당 청약 신청이 이뤄진 인터넷주소를 추적하자 같은 컴퓨터로 D 씨를 포함해 6명이 청약에 당첨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청약 브로커와 공모해 청약자격을 매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소지만 옮겨 청약한 위장전입 사례도 57건에 이르렀다. 당첨 가능성이 높은 청약통장이나 국가유공자·장애인 등 특별공급 청약자격을 매매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185건이었다.
아파트 사업 주체인 시행사가 불법을 저지른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E 시행사는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 취소 물량이 나오자 예비입주자 일부에게만 추첨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고 이들만을 대상으로 재추첨했다. 이 추첨에서 남은 물량 역시 공개 모집하지 않고 분양대행사 직원 등에게 임의로 공급했다. 현행법상 당첨 취소, 미계약, 계약해지 물량은 예비입주자에게 순번에 따라 공급하거나 예비입주자가 소진된 경우에는 일반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해야 한다.
이 같은 부정청약 적발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1∼6월) 분양 단지 단속에서는 228건의 불법 혐의가 드러났다. 집값이 급등하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청약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법이 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청약이 적발될 경우 당첨된 아파트 계약은 취소되고 10년 동안 아파트 청약을 할 수 없도록 자격 제한 조치가 취해진다. 국토부는 “7월부터 올 상반기 분양 단지를 대상으로 부정청약, 불법 공급 등에 대한 집중 점검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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