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규모 1조4800억’ 국내 최대 대포통장 유통 일당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8일 16시 53분


경찰에 검거된 대포통장 유통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대포통장과 대포폰.
경찰에 검거된 대포통장 유통 일당으로부터 압수한 대포통장과 대포폰.
대포통장을 대량 유통해 72억 원을 챙긴 국내 최대 규모의 대포통장 유통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이 유통한 대포통장에는 각종 범죄 피해액 1조 4800억 원이 입금됐다가 출금된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경찰청 보이스피싱수사대는 2015년부터 6년 동안 해외 보이스피싱 및 사이버도박 등 범죄조직에 대포통장을 공급한 조직원 25명과 명의를 빌려준 57명 등 82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핵심 조직원 10명을 범죄단체조직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은 대포통장을 공급하기 위해 유령법인 150여 개를 설립했고, 법인 명의로 320개의 대포통장을 개설해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유통된 대포통장에 입금된 피해액 1조4800억 원은 단일조직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피해액 가운데 보이스피싱 관련이 107개 계좌에 6856억 원, 사이버도박이 119개 계좌에 7377억 원, 인터넷물품 사기 등이 9개 계좌에 579억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유한회사의 경우 자본금 납입 증명을 하지 않아도 쉽게 설립할 수 있고, 법인 명의로 다수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유령법인을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중에 문제가 발생해도 개인계좌와 달리 범행에 사용된 계좌만 지급정지되고 그 외 계좌는 계속 사용이 가능한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57명에게 1인당 300만 원을 주고 명의를 빌려 유령법인을 만들었다. 법인 설립 후에는 조직원들이 전국 은행을 돌며 유령법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개설해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에 통장 1개당 월 120만 원에 판매했다.

대포통장 유통 일당의 총책 A씨로부터 압수한 스포츠카.
대포통장 유통 일당의 총책 A씨로부터 압수한 스포츠카.
대포통장 유통 일당의 총책 A 씨로부터 압수한 각종 명품.
대포통장 유통 일당의 총책 A 씨로부터 압수한 각종 명품.
경찰 조사 결과 30대의 총책 A 씨는 조직원들에게조차 신분을 숨기기 위해 일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 행세를 했고,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다녔다. 이들 일당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 516대를 사용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또 검거된 조직원의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고, 가족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등 조직원을 철저히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4억5000만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몰수·추징보전했고, 범행 수익금으로 구입한 차량 6대와 명품 의류 및 가방 36점 등 53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압수했다. 또 대포통장을 공급받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필리핀 보이스피싱 조직과 사이버도박 조직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박근호 강원경찰청 보이스피싱수사대장은 “최근 인터넷과 SNS에 ‘고수익 알바’, ‘명의 삽니다’ 라는 광고에 현혹돼 범행에 가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신분증이나 통장을 타인에게 판매하는 행위는 처벌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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