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쓰고 서로 간격을 넓히는 게 미덕인 시대다. 답답함에 지친 사람들이 늘면서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 관광지를 찾아 나서는 것이 새 시대 여행 방식으로 떠올랐다. 너그러운 대자연의 품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받고 싶은 여행객에게는 대구 달성군이 제격이다. 한때 여행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곳은 최근 체계적이고 과감한 관광 활성화 정책으로 전국적 언택트(비대면) 관광지로 거듭났다. 피곤한 심신을 어루만져 주는 치유의 땅, 달성군으로 들어가본다.
‘명품 힐링’ 사문진주막촌-송해공원
한국관광공사와 지역관광공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국내 언택트(비대면) 관광지 100곳을 선정했다. 달성군 사문진주막촌과 송해공원이 여기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화원동산 일대의 사문진나루터는 조선시대에 낙동강 하류에서부터 경상관아와 대구 지역으로 물품을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했다. 1900년 3월 26일, 국내 처음으로 피아노가 뭍에 들어선 곳도 바로 여기다. 사문진주막촌은 이곳을 드나들던 보부상들이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국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던 그들만의 쉼터였다. 달성군은 전통 주막촌 3개 동을 복원해 운영하고 있다. 낙동강 바라보며 옛 보부상들이 즐겨 먹던 국밥과 파전, 촌두부, 막걸리 등의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배를 채우고 근처의 생태탐방로를 걷다 보면 소화가 더 잘되는 느낌이다. 탐방로에는 수령 500년의 팽나무를 비롯해 강물을 따라 늘어선 버드나무 포플러나무가 심신을 치유해준다.
사문진나루터에서 출발하는 노을 감상 유람선도 큰 인기다. 매일 오후 5시 사문진나루터를 떠나는 유람선을 타고 달성습지와 강정고령보를 거쳐 오는 왕복 4km 코스.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낙조는 압권이다.
송해공원은 봄이면 만개하는 벚꽃길로 유명한 옥연지 일대에 들어섰다. 달성군 명예군민이자 홍보대사인 방송인 송해 씨의 이름을 땄다. 송해 씨는 처가가 옥연지 인근이어서 달성군과 인연을 맺었다. 면적 65만7000m² 공원의 둘레길은 옥연지 일대 자연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는 탐방로다.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백세교와 백세정, 바람개비 쉼터, 전망대, 금동굴, 얼음빙벽, 출렁다리, 조명분수 등이 둘레길 주위 곳곳에 있다. 총연장 3.5km인 둘레길은 한 바퀴를 도는 데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지겨울 겨를이 없다. 송해공원 입구에서는 송해 씨의 처가 마을에서 직접 기른 농·특산물인 토마토와 찐쌀, 쌀눈 등을 판매한다. 맛보고 구입할 수도 있다.
수려한 자연경관 배경으로 ‘인생 샷’을!
여행 뒤에 남는 것은 사진이다. 요즘은 아름다운 관광지를 배경으로 ‘인생 샷’을 남기는 일이 트렌드다. 인생 샷을 찍기 위해 일부러 사진 촬영에 좋은 곳만 찾아다니는 여행객도 많아졌다. 달성군에는 가족, 연인과의 인생 샷을 남길 수 있는 명소가 꽤 된다.
비슬산 참꽃(진달래)군락지는 4월마다 분홍빛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해발 1000m 고지, 전국에서 가장 큰 100만 m² 대지를 장식한 참꽃 군락의 절경을 보기 위해 매년 60만 명 이상이 찾는다. 개화 철이 아니더라도 참꽃을 대신해 대지를 뒤덮은 신록이 멋진 한 컷을 보장한다. 참꽃군락지로 올라가는 길목의 금수암 전망대도 지나쳐서는 안 될 포토 존이다. 참꽃 모양의 2층 전망대에서 수려한 자연경관과 천연기념물 암괴류를 조망할 수 있다.
대구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구지면 도동서원도 빼놓을 수 없다. 1604년 서원이 들어설 당시 심은 수령 400년 넘은 은행나무 앞은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힙한’ 포토 존이다. 잎이 노랗게 물든 늦가을 은행나무 앞에서 찍은 사진 한 장은 작품일 수밖에 없다.
2012년 낙동강 강정보에 문을 연 4대강 문화관 ‘디아크(The ARC)’는 물수제비 모양, 물고기 모양 등을 형상화했다. 해가 지고 주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디아크를 비추면 야경의 위용이 드러난다. 어두운 밤 오색찬란한 디아크는 인생 샷을 노리는 방문객에게 더없이 멋진 배경이 돼준다.
아이들과 함께 들를 체험학습터 ‘다채’
가족 단위 관광객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면 좋을 체험 학습터도 다양하다. 유가읍 국립대구과학관은 대형 놀이터 개념의 과학공원이다. 지진과 태풍 같은 자연재해와 각종 자연계 현상에 대해 탐구하면서 직접 체험하며 배울 수 있다. 월요일 휴간. 입장료는 성인 3000원, 어린이 2000원.
화원읍 마비정벽화마을은 1960년대 농촌을 산골마을 담장에 벽화로 그려놓은 이색 관광지다. 2012년 마을이 조성된 후 매년 40만 명이 찾는 지역 대표 관광명소다. 나이 지긋한 어른은 농촌의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아이들은 생소하기만 한 농촌을 체험할 수 있다. 사전 예약을 하면 향낭(香囊) 만들기, 전통음식 체험, 농작물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다.
가창면 달성한일우호관은 한일관계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2012년 문을 연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장수로 출전했다가 귀화한 김충선 장군(1571∼1642)에 대한 각종 사료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일본식 정원과 전통놀이 체험 시설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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