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간병인만 가능” 파견 업체 갑질에도 병원은 방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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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병원 간병인 실태 들여다보니

29일 대구 남구 영남대병원의 한 병실에서 환자 가족이 병원에 비치된 간병인 파견업체 홍보용 명함을 살펴보고 있다. 독자 제공
29일 대구 남구 영남대병원의 한 병실에서 환자 가족이 병원에 비치된 간병인 파견업체 홍보용 명함을 살펴보고 있다. 독자 제공
“환자 가족 사정을 외면하는 의료 서비스가 말이 됩니까?”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뇌혈관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아내를 돌보는 A 씨(61)는 최근 병원에서 겪은 불만족 사례를 설명하며 이같이 토로했다. 낮 시간만 일하는 간병인이 없어서 애를 먹고 있기 때문. 아내는 지난해 1월 수술 이후 지금까지 장기 입원하며 재활 중인 상태다. 신체 일부가 마비돼 주변의 도움이 없으면 거동조차 쉽지 않다.

A 씨는 줄곧 곁에서 아내의 수발을 들었지만 최근 바깥 일이 생기면서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는 “병동 자리를 비울 동안만 돌봐줄 간병인을 찾았는데 해당 시간에 일하는 간병인이 없다고 해 낭패를 봤다”고 하소연했다.

이 병원이 지정한 간병인 파견 업체는 3곳. A 씨는 “같은 병동의 다른 가족이 24시간 근무하는 간병인은 많다고 해서 물어보니 실제 그랬다. 요즘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대병원이 간병인 파견 업체의 일방적 운영 행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자가 최우선이라는 의료 기본 원칙과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A 씨의 사례처럼 실제 이 병원에서 오전 7시 반∼오후 6시 반 일하는 간병인을 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그 대신 요청한 당일 시간에 시작해 다음 날 같은 시간까지 일하는 24시간 간병인은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

병원과 환자 등에 따르면 일하는 시간에 따라 간병인 수가 다른 사정이 있다. 낮에 일하면 6만 원을 받지만 24시간 근무하면 2배 가까운 11만 원을 받는다. A 씨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것이 선호 요인이지만 24시간 간병인은 환자가 밤잠을 잘 때 같이 쉴 수 있다는 이점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병원에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간병인이 환자와 가족들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 같아 제재를 요구했지만 ‘조치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왜 환자 가족에게 소개를 해서 우롱을 당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병원 입원 환자와 가족들은 상당수가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영남대병원이 지정한 간병인 파견 업체 3곳에 문의하면 낮 시간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이 없다는 말만 한다고 한다. 일부는 24시간 간병인을 권하기도 한다.

한 환자 가족은 “병원이 지정한 업체라면 모든 서비스의 질이 높아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업체는 말투부터 되레 ‘갑’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다른 환자는 “간병인 파견 업체가 낮 시간 근무를 의무화하는 자체 규정을 운영하거나 병원 측이 이를 지정 조건으로 요구하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종합병원은 대체로 간병인 파견 업체를 꼼꼼히 관리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환자들이 간병인을 요청하지 않으면 파견 업체를 소개하지 않는다. 파티마병원과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업체 1, 2곳을 선정해 운영하는데 민원이 발생하면 즉시 퇴출하는 방식으로 제재를 한다.

영남대병원은 간병인 파견 업체가 난립하는 것을 우려해 3곳을 지정했다는 입장이다. 병원 관계자는 “애초 환자와 가족들의 편의를 생각해 지정했다. 여러 업체의 제안서를 받고 병원이 평가한 뒤 주의사항 등에 대한 서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은 3곳의 홍보용 명함을 각 병동에 비치해 환자에게 소개한다.

영남대병원은 뒤늦게 제도 개선에 나섰다. 김성호 영남대병원장은 “해당 사실을 제대로 조사해 환자와 가족, 보호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간병인 파견 업체에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권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영남대병원#간병인#파견업체 갑질#병원 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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