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백운규 직권남용 기소 가능성… 배임 추가땐 대검과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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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수사팀 배임혐의 기소 의견에
김오수 “수사심의위 거쳐라” 지시
수사팀 내부 “또 뭉개기 아니냐”
내달 2일 수사팀 교체 이전에
이견 없는 직권남용만 기소할수도

출근하는 김오수 총장 김오수 검찰총장이 29일 관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출근하는 김오수 총장 김오수 검찰총장이 29일 관용차를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조기 폐쇄 의혹을 수사 중인 대전지검 수사팀과 대검찰청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 2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할지를 놓고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음 달 2일 수사팀 교체 직전 대전지검이 기소를 강행하거나 대검이 이를 저지할 경우 검찰 내부가 또다시 분열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전날 김오수 검찰총장으로부터 “백 전 장관 등에게 배임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려면 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한다”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백 전 장관과 채희봉 전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현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정 사장 등 3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노 지검장 보고에 대해선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당초 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는 배임 혐의를 적용하려는 수사팀에 대해 “원전 중단으로 이익을 취득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이 명확하지 않아 배임죄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맞섰다. 또 “정 사장 등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부러 한전에 손실을 끼치는 등 고의로 배임을 저질렀는지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한다.

반면 수사팀은 대검과는 정반대로 정 사장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 수치가 실제보다 낮게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고도 이를 근거로 한수원 이사회에서 조기 폐쇄를 의결하도록 해 모회사인 한전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탈원전 정책 추진을 위해 가동 연한이 남은 ‘월성 1호기’를 폐쇄하려던 정부는 원전 가동 시 발생할 이익을 계산한 뒤 한전 주주들에게 이를 보상금으로 지급했어야 한다. 정부가 원전을 조기 폐쇄하면서도 8000억여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고, 이 과정에 정 사장과 백 전 장관이 가담했다는 게 수사팀의 시각이다.

수사팀 내부에선 친정부 성향인 김 총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등과 마찬가지로 사건 처리를 뭉개기 위해 수사심의위 소집을 검토하라고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심의위 개최까지 최소 2주 이상이 걸리는 만큼 수사심의위에서 기소 결론이 나더라도 교체된 수사팀이 사건 파악 후 기소하기까지 상당 기간 지체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사를 지휘했던 박지영 대전지검 차장검사와 형사5부의 이상현 부장검사는 최근 중간 간부 인사로 교체돼 다음 달 1일까지만 대전지검에서 근무한다.

수사팀 교체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노 지검장은 이날 기소나 수사심의위 소집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기소를 강행할지 보류할지는 노 지검장이 전적으로 판단할 몫”이라고 말했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아직 (기소 여부 등이) 결정된 바 없다”라고만 했다.

일각에선 수사팀이 다음 달 1일 이전에 백 전 장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만 기소하되 배임 혐의에 대해선 기소를 보류하고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는 식으로 일종의 절충안을 선택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검사가 아닌 법학교수와 변호사 등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검사장 요청으로 대검이 소집할 수도 있고,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열 수도 있다. 수사팀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총장이 직권으로 수사심의위를 소집할 경우 수사팀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달 취임한 김 총장이 수사팀의 의견을 정면으로 꺾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대전지검 수사팀#백운규#직권남용 기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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