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및 경찰 간부 등에 대한 수산업자 A 씨(43·수감 중)의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은 A 씨가 현직 부장검사 B 씨에게 고가의 시계 등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수사 중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은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올 4월 구속 수감된 A 씨를 수사하면서 다이어리와 녹취파일 등을 확보했다고 한다. 다이어리에는 검사와 경찰 등의 이름과 함께 금액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파일에는 금품 제공 여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전후 상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증거를 바탕으로 A 씨로부터 B 부장검사에게 고가의 시계를 포함해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B 부장검사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또 고가의 시계 등을 확보하기 위해 경찰은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의 B 부장검사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A 씨는 수사 초기에는 B 부장검사, 경찰대 출신의 총경급 간부 C 씨와 관련된 진술을 적극적으로 하다가 최근에는 진술을 일부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 씨가 수감 생활을 함께한 국회의원 총선거 예비후보였던 D 씨로부터 여권과 야권의 정치권 인사 등을 소개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A 씨가 정치권 인사들에게도 건넨 금품이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 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인사들에게 고가의 명절 선물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 씨는 경찰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에게 지난해 2월 수백만 원 상당의 골프채를 제공했으며, TV조선의 앵커 E 씨에게는 중고차를 건넸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 씨와 친분이 있는 또 다른 일간지 기자에 대해서도 내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5월 A 씨는 체육 관련 단체장 취임 행사를 했는데, 이 행사에는 이 전 위원과 E 씨가 참석했다. E 씨는 이 자리에서 “A 회장은 사업뿐 아니라 사회공헌 활동까지 하고 있다. 일복도 많고, 재복도 많은 분”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평소 명함을 여러 장 들고 다니며 자신을 “선박 사업가” “1000억 원대를 상속받은 재력가” 등으로 소개한 A 씨의 사업체는 사업자 등록이 되어 있지 않거나 본사조차 불분명한 곳이 있었다. A 씨와 사업을 했던 관계자는 “돈이 매우 많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어디서 돈을 벌었는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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