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오토바이 소음, 기차 통과 수준이라도 단속 못한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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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떠나갈 듯 굉음에 잠 설쳐” 배달 오토바이 늘면서 주민 고통
이륜차 소음 기준 105dB로 ‘느슨’…천공기 옆에 있을 때 정도도 허용
“실효성 있는 단속 어려워” 지적…환경부, 뒤늦게 기준 강화 나서

지난달 29일 오후 9시경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도로에서 경찰이 오토바이 옆에 소음측정기를 세워두고 배기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이날 성동경찰서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성동구는 이륜차 불법행위 합동 단속을 실시해 소음기 불법 개조 4건 등 총 8건을 적발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달 29일 오후 9시경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도로에서 경찰이 오토바이 옆에 소음측정기를 세워두고 배기소음을 측정하고 있다. 이날 성동경찰서와 한국교통안전공단, 성동구는 이륜차 불법행위 합동 단속을 실시해 소음기 불법 개조 4건 등 총 8건을 적발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달 29일 오후 9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도로. 엔진 배기량이 1200cc인 오토바이 한 대가 땅이 흔들리는 듯한 굉음을 내며 골목길을 질주하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있던 서울 성동경찰서 석동수 교통범죄수사팀장이 손짓으로 오토바이를 멈춰 세웠다.

석 팀장과 함께 이륜차 불법 행위 합동 단속을 나온 성동구 직원이 소음측정기를 오토바이 배기구 옆에 갖다 댔다. 측정 결과 이 오토바이의 최대 소음은 101.4dB. 기차가 철로를 달릴 때 선로 옆에 있는 사람들이 듣는 수준의 소음이다. 하지만 석 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기준치 이내지만 주민들을 위해 조금만 조용히 운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행 이륜차 소음 허용 기준인 105dB을 초과하지 않아 그대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날 경찰과 한국교통안전공단, 성동구 등이 합동 단속에 나서게 된 것은 이륜차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최근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배달 문화가 확산되면서 야간에 거리를 누비는 오토바이가 부쩍 늘어난 것도 한몫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등록 이륜차는 2019년 223만여 대에서 지난해 228만여 대로 증가했고, 올 5월 기준으로 231만여 대까지 늘었다.

시민 불편 사례도 덩달아 많아졌다. 성동구 송정동 주민 박모 씨(42)는 “한밤중 오토바이가 한 번 지나가면 그 소음 잔상이 남아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여름이라 밤에 창문을 열어놓을 수밖에 없는데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요즘 같은 시기에 배달이 필요하긴 하지만 오토바이 소음이 너무 시끄럽고 위협적”이라며 “차량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오토바이들이 내는 굉음에 놀라 자가용 핸들을 잘못 돌릴 뻔한 적도 많다”고 했다.

올 들어 최근까지 성동구에 접수된 오토바이 소음 관련 민원은 100여 건에 이른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환경부에 접수된 이륜차 소음 민원도 2019년 20건에서 지난해 69건으로 증가했다.

소음 피해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불법 튜닝이다. 배기음을 극대화하기 위해 소음장치를 개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날 합동 단속에서 적발된 8대 중 4대가 소음기 관련 불법 행위였다.

하지만 오토바이 소음 단속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상 이륜차의 소음 허용 기준이 105dB로 너무 높게 설정돼 있어 웬만해서는 이 기준을 넘어서기 어렵다. 105dB이면 천공기 등 중장비 옆에 있을 때 듣게 되는 수준의 심각한 소음이다.

단속당국 관계자는 “견디기 힘든 수준의 소음이라고 생각해서 측정해 보면 대부분 105dB을 넘지 않아 김이 빠진다. 이럴 땐 시끄럽지 않게 주행해 달라고 계도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오토바이 불법 튜닝으로 적발되더라도 대부분 약식기소 후 수십만 원의 벌금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이륜차 소음 허용 기준이 너무 느슨해 실효성 있는 단속이 어렵다는 지적이 일자 환경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등 소음 기준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기준이 현실과 괴리가 있어 국민 피해가 크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법령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토바이 소음#이륜차 소음 기준 105db#환경부#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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