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피하려다 장마 맞아…‘광주 붕괴’에 철거중단 장기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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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친 가운데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06.09. 동아일보 DB
9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중이던 건물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친 가운데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06.09. 동아일보 DB
지난달 9일 발생한 광주 철거 건축물 붕괴사고 이후 전국의 민관 건축물 철거 공사 현장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재발 방지를 위안 꼼꼼한 안전 점검 요구에다 ‘소나기는 피하는 게 좋다’는 분위기 탓이다.

이처럼 공사가 한 달 가까이 중단된 상태에서 39년만의 뒤늦은 장마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공사 기간이 대폭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나기 피하려다 장마를 맞게 된 셈이다.

한편 이번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가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불법 하도급에 대해 과징금을 대폭 높이는 등 처벌을 현재보다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정부 기관의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 소나기는 피하는 게 상책…멈춰 선 철거공사 현장
광주 재개발지역 건물 붕괴사고 이후 전국 철거 공사가 대부분 중단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에 따르면 하루 평균 2, 3건에 달했던 철거공사 허가 신청이 광주 사고 이후 2주 동안 5건에 불과할 정도로 뚝 떨어졌다.

이미 진행 중이던 철거 공사는 일단 멈춤 상태다. 사고 직후인 지난달 16일부터 30까지 중앙정부와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합동점검이 진행됐다. 점검대상도 당초 140곳에서 210여 곳으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일부 문제점이 발견된 현장은 해당지역 지자체가 추가 점점을 진행한 뒤 현장 상황에 맞게 공사 재개 시점을 정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같은 인명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체계획서에 따라 철거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등을 집중 점검했다”며 “일부 문제가 발견된 현장은 추가 점검이 진행 중이며, 공사 재개시점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민간 부문도 마찬가지다. 국토부는 민간공사의 경우 지자체 재량에 맞춰 안전점검과 공사 중단을 시행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14일부터 359곳의 공사를 중단시키고, 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안전 점검 이후에도 공사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안전점검을 끝냈는데도 공사 재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이번 사고가 발생했던 광주시로, 17곳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이 진행돼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공사는 재개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여론의 주목이 쏠린 상황이라 지자체와 철거업체 모두 공사 재개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나기는 피하는 게 좋다’는 분위기가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 뒤늦은 장마 겹쳐 공사 중단 장기화 우려
이처럼 공사가 한 달 가까이 중단된 상태에서 뒤늦게 장마가 시작될 예정이어서 공사 중단이 생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년 같았으면 6월 중에 시작했을 장마가 올해는 3일부터 제주지역을 필두로 시작되고, 이날 오후부터는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중부지방과 전라도, 남해안, 제주도를 중심으로 150mm 이상의 많은 비와 함께 시간당 50mm 이상의 매우 강한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보됐다.

기상청 예보대로 장마가 3일부터 시작하면 39년 만의 ‘지각 장마’가 된다. 7월에 장마가 시작한 건 장마 통계를 시작한 1973년 이래 1982년 딱 한 번뿐이었다. 당시에는 7월 5일부터 장마가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장마는 약 한 달가량 이어지면서, 350mm 안팎의 비를 쏟아낸다. 1년 강수량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양이다. 그만큼 짧은 기간 많은 비가 집중적으로 내린다는 뜻이다. 안전 문제가 제기된 상태에서 철거공사 등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올해에는 장마가 늦은 만큼 초반에 많은 비를 뿌릴 가능성마저 제기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에는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돼 순식간에 집중호우가 내리는 경우가 종종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마가 얼마나 지속될지도 관건이다. 지난해의 경우 장마가 54일간 지속됐다. 올해도 세계적인 기상이변이 지속되고 있어 장마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다.

● “불법 하도급 과징금 대폭 올려야”
한편 정부는 이번 같은 사고 재발을 위해 공사 인허가부터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이번 공사 발생 원인의 한 가지로 지목된 불법하도급 근절을 위해 과징금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내놔 눈길을 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30일 발행한 보고서 ‘건축물 해체 안전관리 현황 및 향후 과제’에서 현재에도 하도급 관련 규정을 위반하면 영업정지나 과징금, 공공건설공사 하도급 참여 제한과 함께 형사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 같은 처벌에도 불법 하도급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처벌 수준보다 경제적인 이익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사고 현장의 경우에도 정상적인 하도급 공사금액인 일반건축물 52억 원, 지정건축물(석면) 22억 원이 불법하도급을 거치면서 각각 12억여 원과 4억여 원으로 줄었고, 그 결과 48억 원의 부당이익이 발생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선 위법행위로 얻어진 경제적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현재는 과징금을 도급금액의 30%까지만 부과하는데, 이를 ‘불법행위를 통해 취득한 이익의 규모에 상당한 금액’ 또는 ‘0배 이하의 금액’ 등으로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또 해체 공사 현장의 안전 관리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해체계획서의 작성 및 검토 강화 △허가권자의 관리감독 의무 강화 △ 해체공사감리자 책임 강화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건축물 안전관리 전문조직을 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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