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강사에 “클럽 안 간다” 각서까지…학원가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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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2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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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2021.6.20/뉴스1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오가고 있다. 2021.6.20/뉴스1
경기 성남 소재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 모임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학원가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 지역 학교도 줄줄이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면서 학교 현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전날에만 서울 마포구 주점·경기 영어학원 관련 신규 확진자가 20명 추가됐다. 지난달 22일 성남 소재 한 영어학원에서 원생 6명과 가족 3명, 교사 2명 등 11명이 처음으로 확진된 이후 지속해서 전파가 이뤄지면서 이날 0시 기준 도내 관련 확진자가 227명까지 늘어난 상황이다.

경기 외 지역까지 포함하면 확진자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전날(1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경기 영어학원발 집단감염 확진자는 총 242명으로 집계됐다며 이 가운데 9명은 전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확진자가 나온 지역도 경기 성남, 부천, 고양, 의정부 등 각지로 퍼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학원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전날 긴급 대책 회의를 소집해 전국 모든 학원 강사를 대상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2주 또는 3주마다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받을 것을 권고하는 방안을 의결해 전국 17개 시·도지부에 전달했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그간 학원가에서 방역에 최선을 다했는데도 원어민 강사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해 유감”이라며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만큼 모든 학원 관계자가 조심하자는 차원에서 PCR 검사를 받을 것을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교직원의 경우 8월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하도록 돼 있는데 학원 강사는 우선 접종 대상에서 빠져 있어 접종 시기를 앞당겨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며 “2학기 전면 등교가 예정된 상황에서 학교와 학원의 연쇄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학원 종사자에 대한 백신 접종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인천 한 학원 원장은 “(확진된) 원어민 강사들이 주점이나 클럽을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학원의 경우 강사들에게 주점이나 클럽에 가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 수칙을 준수해달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일이 확인할 수 없는 노릇이라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집단감염 관련 학생 확진자도 속출하면서 등교수업을 중단하고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학교도 늘어났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하는 도내 학교는 총 180곳이다. 전날 173곳으로 집계된 것과 비교해 7곳 늘었다.

특히 학원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의정부의 경우 시내 모든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고 고등학생 확진자가 다수 나온 양주는 모든 학교가 등교수업을 중단한 상황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원발 집단감염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경기도와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기도에서 성남·용인·고양·의정부·수원 등 확산세가 심각한 5개 지역에 대해 모든 학원 강사·직원이 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두고 협의가 진행 중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6월 확진 학생의 약 16%가 학원발 감염자인 것으로 파악됐는데 최근 집단감염으로 학원에 의한 확진자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염 차단을 위해서는 학원 종사자도 백신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어 이와 관련한 협조를 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인터넷 학부모 커뮤니티에는 학원발 집단감염에 따른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줄을 잇는다. 확진자 발생 소식을 안내하는 학원 공지사항을 공유하는 글도 넘쳐난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친구가 경기 지역 영어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는데 그곳은 이틀간 문을 닫고 모든 강사가 코로나19 검사를 했다고 한다”며 “학원에서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게 하고 결과를 공유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성남에 사는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초등학교 만이라도 선제적 대응책으로 학교를 줌 수업으로 돌리거나 점심 전에 하교시켜서 마스크를 벗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2학기 전면 등교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 현장은 속된 말로 ‘멘붕’인 상태”라며 “여러 학교 아이들이 대형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감염돼 학교로 다시 전파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교육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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