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안 하면 딸이 당장 죽는다는 무당의 말에 1억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는 등 사기를 당해 신고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아 억울하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일 기준 200여명의 동의를 얻은 ‘무당에게 1억2000만원 사기 및 딸 하반신 마비’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자신을 27세 딸을 둔 아버지라고 소개한 청원인 A씨는 “딸이 대학교 입학 후 조울증이 발병해 병원을 계속 오가다 24세 때 아내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딸을 데리고 무당집을 찾았다”고 운을 뗐다.
청원인은 “무당이 ‘딸이 신기가 있어 무당이 되지 않도록 굿을 해야 된다. 안 하면 당장 죽는다’는 말에 아내가 굿을 했다”면서 “무당은 계속해서 ‘시아버지가 구천을 헤매고 있다’, ‘딸이 오빠 등 가족을 죽일 거다. 막으려면 굿을 해야 한다’ 등의 말을 해 결국 굿을 했다”고 설명했다.
청원인의 아내는 한 달 동안 4번에 걸쳐 굿을 했고, 이 기간에 아내가 무당의 통장에 입금한 금액은 총 1억2000만원이었다. 한 달 뒤에 정신을 차린 아내가 주위에 물어 사기를 당했음을 알게 돼 무당에게 연락을 취하자, 무당은 “이미 돈을 다 써버리고 없다”는 대답만 내놨다.
이러한 사실을 딸로부터 전해 들은 A씨는 “지난해 10월쯤에 딸이 할 얘기가 있다고 하더니 ‘엄마가 굿을 했다’고 알려줬다”면서 “500만원 정도 했겠거니 하고 덮고 넘어가려는데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A씨가 곧바로 무당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가 사기를 당해서 당신을 고소하겠다”고 말하자, 무당은 “얼마를 되돌려주면 되겠냐”고 했다. 이에 A씨는 1억2000만원 중 8000만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만나서 얘기하자”는 무당의 말을 믿은 A씨는 “그 뒤로 무당의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설상가상으로 A씨 집안엔 더 큰 시력이 닥쳤다. A씨는 “정신병원에서 잠시 퇴원한 딸이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조울증 등 여러 가지가 겹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며 “지난해 11월 아파트에서 추락한 후 하반신 마비 상태로 현재도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딸의 추락사 이후 무당을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했고 지난달 지방 검찰청이 경찰서에 보완 수사를 요청했다는 우편물을 받았다”며 “며칠 뒤 담당 경찰관이 아내한테 전화해서 무당이 굿한 동영상이 있냐고 물었고 지웠다는 아내의 답변만 듣고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4일 무당에 대한 고소·고발 건과 관련해 지방검찰청에서 혐의없음(증거 불충분)이라는 우편물을 받았다”며 “누가 봐도 심리적으로 약한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어서 1억200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뜯어간 것인데…”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무당집을 찾아볼까도 생각했지만 감정이 앞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까 망설이고 있다”며 “보험도 없이 다친 딸 아이를 평생 어떻게 간병할지 고민”이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끝으로 그는 “이런 사람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된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디 다시 수사해 (나와 같이)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부산에서는 가족의 단명 등 가정사 내 흉사를 거론하며 불안감을 조성해 기도비 명목으로 44억원을 받아 가로챈 무속인이 사기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기도비와 굿값이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 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경우 사기죄를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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