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26명까지 늘어나는 등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게다가 전파력이 강한 인도발 ‘델타 변이’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수도권에서 확산 중인 가운데 비수도권으로 퍼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미 비수도권에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방역이 대폭 완화된데다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과 유흥시설에 인파가 몰리고 있어 전국 확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4차 유행이 이미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 부산에 퍼진 수도권 감염…‘델타 변이’ 가능성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서울 마포구 주점과 수도권 영어학원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이 부산으로 전파됐다고 밝혔다. 서울에 사는 A 씨는 지난달 19일 영어학원 강사들이 들렀던 마포구 S주점을 이용한 뒤 같은 달 26일 부산 부산진구의 G주점을 방문했다. 이후 G주점의 또 다른 이용자 2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다. 박영준 방대본 역학조사팀장은 “추가 전파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은 백신 접종률이 낮은 젊은 층 위주로, 전파력이 높은 델타 변이가 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주말과 방학을 맞아 감성주점 등을 통한 감염과 전국적 확산 가능성이 매우 높은 만큼 각종 유흥시설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 20, 30대 확진자 수는 278명으로 60대 이상(65명)보다 4배 이상으로 많았다.
특히 휴가와 방학, 주말을 맞아 젊은 층이 피서지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감염자 증가 우려도 커진다. 부산에서는 해운대를 비롯한 7개 해수욕장이 1일부터 전면 개장했다. 임시 개장 기간 마지막 주말인 지난달 26, 27일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은 이틀간 35만 명이 넘었다. 4일 미국 독립기념일 전후로 휴가를 맞은 주한미군이 대규모로 찾는 상황도 우려된다. 부산시는 행정명령으로 해수욕장 내에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한 상태다.
● “젊은층의 백신 우선 접종 필요”
상당수 전문가는 4차 유행이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그러면서 3차 유행을 뛰어넘을 정도로 악화되는 것을 막으려면 앞으로 2주가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만큼 현재 확진자 증가세는 가파르다. 지난달 21일 357명이었던 확진자가 이달 2일 826명으로 2.3배로 늘기까지 불과 11일 걸렸다. 3차 유행 때는 지난해 11월 23일 271명이었던 확진자 수가 한 달여 만인 12월 25일 1240명으로 늘며 정점을 찍었다. 지금 증가세가 훨씬 빠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확산세를 꺾으려면 적어도 2주, 길게는 4주 정도 철저한 방역으로 확진자 숫자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집단감염이 나오는 장소도 3차 유행 때보다 지금이 더 우려스럽다. 3차 유행 때는 서울 동부구치소(514명)와 경기 부천시 요양병원(163명) 등 환자가 100명 넘게 발생한 굵직한 발생지가 주로 지역사회와 차단된 장소였다. 반면 이번엔 서울 마포구 주점을 제외하곤 확진자가 100명이 넘는 진원지가 없다. 반면 주점과 노래방, 어린이집, 헬스장 등을 중심으로 한 10~20명 규모의 감염이 주를 이룬다. 생활공간 곳곳에 모세혈관처럼 감염원이 뻗어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방역 지침을 대폭 수정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1차 접종자에 대한 ‘실외 노마스크’ 허용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최근 감염 발생이 많은 20, 30대에 먼저 백신을 접종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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