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교 ‘공직자 덕목’ 문항, 사실 확인 안된 부분 예시로 들어
학교측 “진상 파악뒤 재시험”
전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정 정치 사안을 예시로 들면서 공직자의 덕목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예시로 들면서 자아 형성이 완성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정치 편향성을 심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전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군산에 있는 한 고교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1학기 2차 고사(기말고사)를 치렀다. 문제는 1일 치러진 2학년 도덕 시험에서 불거졌다. 시험은 객관식과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서술형으로 써야 하는 서답형 문제로 구성됐는데, 서답형 4번과 5번 문제가 논란이 됐다.
출제자는 서답형 4번 문제에서 교과서 86페이지에 근거해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윤석열 X파일의 장모와 처, 이준석의 병역 비리 등의 쟁점을 염두에 두고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근거해 70자 이내로 서술하도록 했다.
이어 서답형 5번 문제에서는 4번 문제와 동일한 예시를 들면서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플라톤의 ‘국가’에 근거해 100자 이내로 적도록 했다. 두 문제 모두 배점은 5점이다. 이 시험은 선택과목이라 2학년 140여 명의 학생 중 70여 명만 봤다.
시험 문제는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 A 씨가 출제했다. A 교사는 올 3월부터 일주일에 세 번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도덕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학교 측 관계자는 “도덕 교사가 1명밖에 없어 순회교사를 지원받아 올 3월부터 수업을 하고 있다. 대학 강단에도 섰던 분으로 아이들에게 열심히 수업하는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험 범위에 청렴부패 단원이 포함돼 있는데, 학생들과 수업 시간에 예시로 든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이를 토대로 문제를 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3일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고 해당 과목에 대한 재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문제가 제기되자 A 교사는 학교 관계자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을 지켰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해 왔다.
전북의 한 현직 교사는 “서답형의 경우 성취 기준이라는 게 있다. 성취 기준에 부합하는 답을 요구하는데,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를 낸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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