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3개 지방자치단체는 5인 이상 집합금지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수도권의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이 8일로 연기된 가운데 시민들의 기대와 희망과 달리 수도권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은 악화 일로다.
1주 유예기간의 절반을 넘어선 만큼 이번 주말 상황이 새 거리두기 시행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수도권은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섭다.
나흘 연속 확진자 10명 중 8명이 수도권에서 나왔다.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인구 약 절반이 몰려있다. 방역당국 고심이 깊어지는 이유다.
◇수도권 비중 최근 4일간 83%→85.3%→80.9%→82.1%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는 지난 6월 3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 시행 날짜를 당초 7월 1일에서 8일로 1주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지자체는 정부와 긴급히 논의를 진행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는 6월 말부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가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델타형(인도)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수도권 지역 내 집단감염이 확산세에 불을 지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발생 추이는 6월 20일부터 7월 3일까지(2주간) ‘429→357→394→645→610→634→668→614→501→595→794→761→826→794명’으로 나타났다.
신규 확진자는 6월 30일 794명으로 치솟은 뒤 나흘간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수도권 상황이 심각했다. 3일 0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94명 증가한 15만9342명을 기록했다.
지역발생 확진자는 748명이며, 수도권에서만 614명(서울 353명, 인천 14명, 경기 247명) 발생했다. 최근 나흘간 전국 대비 수도권 확진자 비중은 6월 30일 83%→7월 1일 85.3%→2일 80.9%→3일 82.1%로 조사됐다.
매주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는 진단검사 건수가 줄어 신규 확진자도 감소하는 ‘주말효과’가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델타 변이가 유행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주말효과가 다소 미미하다. 주말에도 신규 확진자가 크게 감소하지 않고, 이런 현상이 월요일까지 이어진다면 새 거리두기 적용을 추가로 유예하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
◇1주간 평균 수도권 지역발생 531.4명…500명 3일 이상이면 3단계 격상 요건
1주간 평균 수도권 지역발생 확진자는 3일 0시 기준 531.4명을 기록했다. 지난 2일 509명에 이어 이틀째 새 거리두기 체계에서 3단계 기준을 유지했다. 이날 0시 기준으로도 주평균 500명대를 넘어서면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요건을 갖춘다.
중대본이 지난 6월 20일 발표한 새로운 거리두기 체계에 따르면 1단계는 유행 억제 단계로 인구 10만명 초과 지자체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주간 평균 1명 미만의 확진자 발생하는 상황이다. 인구 10만명 이하 지역에서는 주간 총 환자 수가 5명 미만일 때 해당한다. 이를 각 지자체 인구수로 환산하면 수도권은 1주 일평균 확진자가 250명 미만이 경우다. 서울 97명 미만, 경기도 132명 미만, 인천 30명 미만, 전국으로 보면 500명 미만 수준이다.
2단계는 지역유행이 발생한 때에 적용한다. 인구 10명명 초과 지자체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주 평균 1명 이상의 확진자가 3일 연속 발생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에 대입하면 1주 일평균 확진자 250명 이상 500명 미만일 때다. 인구 10만 이하 지역에서는 주간 총 환자 수가 5명 이상일 때 부합한다.
3단계는 인구 10만명당 주 평균 2명 이상의 확진자 발생이 3일 이상 이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권역 중환자실 가동률이 70% 이상이면 3단계로 격상할 수 있다. 서울은 일 평균 195명, 수도권은 일 평균 500명 이상일 때가 여기에 해당한다. 인구 10만 이하 지자체에서는 주간 총 환자 수 10명 이상일 때 3단계 적용이 가능하다.
4단계는 전국 대유행 상황으로 외출금지를 적극 안내한다. 인구 10만 초과 지역에서 주간 평균 확진자가 3일 이상 10만명당 4명 이상 발생 규모인 수준이다. 이와 함께 전국 중환자실 가동률이 70% 이상을 차지하면 시행한다. 인구 10만 이하 지역에서는 주간 총 확진자 수가 20명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수도권 지역 코로나19 확산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수도권 지역에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이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거리두기 3단계를 시행하면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는 추가로 금지될 수밖에 없다. 거리두기 3단계는 개인 간 접촉을 유발하는 모임을 최대한 차단할 수 있도록 4명까지만 모임을 허용한다. 이때 2단계에서 일부 허용한 직계가족 모임, 돌잔치 등 예외도 인정하지 않는다. 행사나 집회는 50명 이상을 기준으로 제한한다.
◇델타 변이 클럽 통해 전국적 확산 조짐…하루 1000명대 나올 수도
국내 코로나19 상황은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일파만파 퍼지는 형국이다. 특히 젊은 층이 몰리는 유흥시설을 통해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수도권에서도 델타 변이가 빠르게 퍼지면 하루 확진자 규모는 1000명대를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델타 변이는 치명률이 낮은 대신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훨씬 센 전염력을 보인다. 영국이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고도 하루 2만명대 확진자가 쏟아지는 이유도 델타 변이가 광범위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방대본에 따르면 델타 변이 감염자가 나온 서울 마포구 음식점·경기 영어학원 관련 확진자는 43명이 늘어 총 291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대구·부산 클럽에서도 새로운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대구 중구에 위치한 한 클럽에서도 지난 1일 종사자 1명이 처음 확진 판정을 받은 뒤 동료 2명과 클럽 이용객 3명 등이 잇따라 확진됐다.
방역당국은 델타 변이가 더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은 2일 브리핑에서 “수도권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으며, 델타 변이까지 더해지면 수도권 확산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도권 상황은 심각하다. 나흘째 확진자 비중이 전국 대비 80%대를 기록했고, 감염생산지수(R0)도 1.24로 확산세가 뚜렷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또 다른 1명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하는 것을 뜻한다. 감염재생산지수가 1 이상이면 확산세를 의미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델타 변이는 국내에서 빠르게 퍼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규모 확산을 염두에 두고 방역적인 대책을 빨리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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