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X파일’, ‘이준석 병역비리 논란’ 등 특정 정치 사안을 예시로 들며 공직자의 덕목을 서술하라는 문제를 출제한 전북의 한 고등학교가 해당 시험을 부분적으로 다시 치르기로 결정했다.
4일 전북 군산의 A 고교는 전날 교과협의회와 학업성적관리위원회를 개최하고 “신뢰성 있는 평가를 위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재시험을 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시험은 오는 6일 점심시간 중 25분을 이용해 서술형 4·5번에 한해 실시될 예정이다.
앞서 A 고교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1학기 2차 고사(기말고사)를 치렀다. 그런데 1일 치러진 2학년 도덕 시험의 서답형 4번과 5번 문제가 논란이 됐다.
출제자는 서답형 4번 문제에서 교과서 86페이지에 근거해 최근 정치권에서 윤석열 X파일의 장모와 처, 이준석의 병역비리 등의 쟁점을 염두에 두며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근거해 70자 이내로 서술하도록 했다.
이어 서답형 5번 문제에서는 4번 문제와 동일한 예시를 들면서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플라톤의 ‘국가’에 근거해서 100자 이내로 적도록 했다. 두 문제 모두 배점은 5점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플라톤의 ‘국가’에 나온 내용을 알고 있는지가 문제의 핵심이었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예시로 들면서 자아 형성이 완성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정치 편향성을 심어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시험은 2학년 140여 명의 학생 중 70여 명만 응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험 문제는 이들을 가르친 기간제 교사가 했다.
학교관계자는 “학생들에게 불편을 주고 학부모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추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점검을 철저히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교사는 학교 측에 “학생들이 쉽게 답할 수 있도록 시사적인 사례를 추가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편향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김혜린 동아닷컴 기자 sinnala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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