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만의 ‘7월 장마’가 시작부터 많은 비를 뿌리며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장맛비는 당분간 중부와 남부를 오르내리며 쉬지 않고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저지대 침수와 산사태 등 피해가 우려된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장맛비를 내리는 정체전선(장마전선)이 한반도에 남아있던 차고 건조한 저기압들과 충돌하며 3일부터 일부 지역에 폭우가 쏟아졌다. 4일 오후 2시까지 지역별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 218.5㎜, 강원 고성 미시령 175.5㎜, 경남 거제 169.4㎜ 등이다. 주로 산간 지역과 해안가, 섬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렸다.
바람도 거셌다. 최대 순간풍속이 제주 한라산 백록담 초속 36.6m, 전북 무주 덕유봉은 30.4m까지 측정됐다. 10분간 평균 최대풍속이 초속 33~44m면 ‘강한 태풍’으로 분류하는 걸 감안하면 순간적으로 태풍급 강풍이 불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달았다. 3일 오후 부산 강서구의 한 도로를 달리던 25인승 통근버스가 옆으로 넘어져 60대 여성 승객이 숨지고 다른 승객 3명이 다쳤다. 4일 새벽에는 부산 금정구에서 관광버스가 옆으로 넘어져 70대 운전자가 크게 다쳤다. 3일 오후 7시경 인천 서구 연희동에서 강풍에 나무가 쓰러지며 전선을 건드려 일대 100여 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습도가 높어 후텁지근한 날씨 속에 한동안 선풍기나 에어컨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었다.
4일 오전에는 부산 남구 일대에서 “강풍에 유리창이 흔들린다”는 신고가 119에 쇄도했다. 당시 부산의 최대순간풍속은 24.6m였다. 부산 사상구에선 가로수가 넘어져 차량을 덮쳤고 초등학교 외벽 패널이 떨어져 나갔다. 또 영도구에서는 4층 건물 옥상에 설치한 아동 놀이기구 ‘트램펄린’이 강풍에 날려 1층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울산에서는 3일 오후 울주군 배내골 계곡에서 술을 마시던 40대가 계곡 하천에 들어갔다 불어난 하천에 빠졌다 숨졌다. 전남 완도군에서는 4일 오전 200t급 바지선이 강풍에 표류하다 해경에 예인됐다.
월요일인 5일에는 장마전선이 잠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중부지방에선 잠시 멈추지만 제주와 남해안에는 계속 비가 내린다. 이어 6일에는 다시 전국 대부분 지역에 장맛비가 내린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남해상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북상할 것”이라며 이 같이 설명했다. 5일까지 제주에는 최대 150㎜ 이상, 남해안에는 10~50㎜, 중부지방에는 5~20㎜ 안팎의 비가 예보됐다.
당분간 장마전선은 북상과 남하를 반복한다. 지역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지만 13일까지는 계속 장맛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4일 기상청 중기예보에 따르면 장마전선은 7일 남부지방, 8일부터 13일 사이에는 전국에 영향을 미친다. 비가 오지 않는 지역도 내내 흐리거나 안개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 정도에 따라 고기압 가장자리에 있는 장마전선의 위치가 달라지면 영향 지역과 강수량이 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식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공사장, 지하도 등에서는 물이 금방 불어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집중호우가 아니라도 장기간 이어지면 지면이 약해져 산사태와 축대 붕괴 등의 우려가 커진다. 기상청은 “많은 비가 계속 내리면 도심 내 소하천과 지하도, 저지대 지역은 범람하거나 침수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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