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쏟아진 장맛비로 이달 개장한 전국 주요 해수욕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자 코로나19 확산세에 긴장했던 지자체는 안도의 한숨을 돌린 반면, 인근 상인들은 울상을 짓는 등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해운대해수욕장을 비롯한 부산지역 7개 해수욕장과 제주, 인천지역 해수욕장이 일제히 개장한 데 이어 3일 충남, 경남지역 해수욕장이 일제히 개장했다. 그러나 이들 해수욕장은 주말 전국에 내린 장맛비로 ‘개점 휴업’ 상황이 돼버렸다.
실제 지난 3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은 안심콜 등록을 유도하는 현수막이 무색할 만큼 한적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 피서객이 궂은 비에도 물놀이를 하거나 모래사장을 거닐기도 했지만, 사람이 몰리지 않은 탓에 거리두기는 잘 지켜지는 모습이었다.
서해안 최대규모인 보령 대천해수욕장 등 충남지역 해수욕장 역시 지난 주말 모두 개장했지만 장맛비로 인해 인파가 몰리지 않아 예년만 못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이 같은 상황은 인천지역 해수욕장도 마찬가지. 인천 을왕리 상가번영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일 을왕리해수욕장 입장객 수는 500명, 3일 낮 12시 기준 입장객은 700명으로 지난해보다 20%가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 예년 같았으면 빗방울 하나에 노심초사 했을 각 지자체는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들 지자체는 개장 직전 새 거리두기가 적용되자 수도권에서 몰려들 인파를 대비해 방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특히 거리두기 완화 시기와 맞물려 수도권 확산세와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더 센 변이바이러스가 출현하자 더욱 긴장한 상태였다.
부산의 경우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해운대에 많은 외국인이 몰릴 것을 우려해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미군과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말 장맛비와 부산시-미군 협조 행정력이 효과를 거두면서 우려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아 시 방역당국이 한숨을 돌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 시국에서 모든 행정력을 방역에 쏟고 있는 상황에서 해수욕장 개장이 달갑지만은 않다”며 “확산세가 다시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장맛비로 인파가 몰리지 않아 내심 다행이라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수욕장 인근 상인과 지역 상권은 울상을 짓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두 번째 ‘코로나 피서철’을 맞게 된 상황에서 개장 첫 주말 장맛비마저 겹쳐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는 것.
지난 주말 개장한 전국 해수욕장 운영 지자체 중 유일하게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없는 충남지역 상권은 더욱 실망하는 분위기다.
보령 대천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씨(52)는 “가뜩이나 코로나로 장사가 안돼 어려웠는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고 있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에서 샤워장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하루에 10만원은 매상을 올려야 하는데 샤워장을 이용하는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다가오는 주말 해수욕장 개장을 앞두고 있는 강원과 전남, 경북 등 지자체는 이 같은 상황의 정반대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
방역을 담당하는 지자체는 장마시기를 피한 수도권 행락객이 해수욕장 개장에 맞춰 몰릴 것으로 예상,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태인 반면 인근 상권은 매출 상승 기대에 부풀어 있다.
강원도의 경우 경포와 맹방 등 주요 해수욕장에 열화상 카메라를 탑재한 드론과 순찰 로봇을 투입해 발열체크와 거리두기 안내를 실시하고, 안목, 동해 추암, 속초 등대, 고성 봉수대, 양양 송전해변은 방문 사전예약제를 실시한다.
또 경포, 망상, 삼척, 양양 해변에서는 개장시간 외 시간대(오후 7시~익일 오전 6시) 백사장에서의 음주·취식행위가 금지된다.
강원도 관계자는 “지난해 방역 경험을 바탕으로 시·군을 비롯해 경찰, 해경, 소방 등 관계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방역 대응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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