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산업계의 화두, ESG 경영
환경파괴-인권침해-부패 등 배제
지속가능성 고려한 경영문화 확산…탄소 감축-원자재 재활용 대표적
2월 8일,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화제를 일으켰어요. 탄소 포집 기술에 상금 1000억 원을 걸겠다는 발표를 했거든요. ‘탄소 포집 기술’이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기술을 말해요. 인간의 활동으로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며 지구온난화가 발생하자, 이를 제거할 해결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지요.
머스크가 세운 재단 ‘엑스프라이즈’는 올해 4월 22일 지구의 날부터 4년간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경연대회를 열기로 했어요. 참가팀은 대기나 해양의 이산화탄소를 약 10억 t만큼 포집할 해결책을 내야 해요. 엑스프라이즈는 “기후변화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2030년까지 매년 탄소 60억 t, 2050년까지 매년 100억 t을 제거해야 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게 대회의 목적”이라고 말했어요.
이 외에도 많은 기업이 환경에 투자하고 있어요. 정보기술(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는 1월 탄소 포집 기술 개발을 위해 ‘기후 혁신 펀드’를 만들고 4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지요. IT 기업 ‘구글’도 지난해 ‘구글 임팩트 챌린지’에서 기후변화 해결책에 130억 원 상당의 상금을 걸었어요. 약 30억 원씩을 받을 주인공은 올해 중에 발표된답니다.
○ 지속 가능한 기업이 실적도 좋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ESG 경영’이란 기업이 일으키는 환경적(Environment), 사회적(Social), 지배구조적(Governance) 영향을 경영에 고려하는 것을 말해요. 탄소를 적게 배출하거나(환경적 요소), 인권을 침해하지 않거나(사회적 요소), 이사회에 부패가 없도록 하는(지배구조적 요소) 등의 노력을 해야 하지요.
고려대 경영대 이재혁 교수는 “기업의 ESG 성적은 기업이 오랫동안 살아남는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고 말했어요. 과거에는 기업이 돈을 많이 벌수록 지속가능성이 컸던 반면, 최근에는 ESG 경영도 잘해야 한다는 거예요. 실제로 미국의 500개 대형 기업 중 2005∼2015년 파산한 기업의 90%는 그 전 5년간 ESG 성적이 안 좋은 곳이었어요. 이런 이유로 ESG 경영을 하는 기업에 돈이 몰리고 있어요.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은 2019년 전 세계가 ESG를 고려해 투자한 금액이 4경 원을 넘어 2018년보다 31% 증가했다고 발표했답니다.
○ ESG 성적은 어떻게 매길까?
“넷제로(Net-zero) 경제는 모든 기업에 영향을 줄 겁니다.”
올해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가 쓴 말이에요. 블랙록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9600조 원을 기업에 투자할 정도로 규모가 큰 투자회사예요.
‘넷제로’란 온실기체 배출량과 흡수량이 균형을 이루는 거예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이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로 해, 기업이 온실기체 배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죠. 블랙록은 변화에 대응하는 기업이 살아남을 거라 보고 지난해부터 매출의 25% 이상을 화석연료를 사용해 버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이는 ESG 열풍의 계기가 됐죠. 이처럼 탄소배출량은 ESG의 대표적인 평가 지표랍니다.
다만 평가 기준이 ESG 평가기관마다 다르다는 점은 문제예요. 같은 기업이어도 성적을 달리 받아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지요. 이 교수는 “세계 경제인들이 평가 지표를 통일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지표가 보편적이고 타당해야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어 기업의 ‘그린워싱’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린워싱’이란 겉으로만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고 뒤로는 환경에 가하는 나쁜 행동을 숨기는 것을 말해요.
ESG 성적을 평가할 때 기업이 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활용하는 것도 문제로 꼽혀요. 기업은 유리한 답안만 내놓을 테니까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3년 문을 연 기업 ‘지속가능발전소’는 인공지능을 개발해 뉴스를 분석해요. 그 결과는 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기관이나 시민에게 제공된답니다.
○ 휴대전화를 재활용품으로만 만든다면?
2월 24일 애플 CEO 팀 쿡은 “앞으로 모든 제품을 재활용 재료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어요. 애플은 2018년 아이폰 분해 로봇 ‘데이지’를 공개해 부품을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이 있어요. 이는 스마트폰 등에서 쓰이는 리튬이온전지의 주재료 금속인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예요. 그간 코발트를 채굴하는 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 환경을 파괴하고 어린이를 노동 현장으로 내몰아 오랫동안 논란이 돼 왔거든요. 다만,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아이폰의 수명이나 늘리라”고 지적하기도 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IT 기업을 중심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요. 카카오는 1월 12일 ESG 위원회를 설치하며 이용자 정보보호 책임 등을 정리한 ‘인권 경영문’과 인공지능을 개발할 때 공공선을 지키겠다는 ‘인공지능 윤리 헌장’을 발표했어요. 챗봇의 인권 침해 발언 등의 위험을 줄이겠다는 거지요. 네이버도 지난해 10월 ESG 위원회를 설치하며 2040년까지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기로 했답니다.
아이스박스를 덜 유해하게 만드는 방법도 논의되고 있어요.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신선식품을 위한 스티로폼 아이스박스 사용량도 함께 늘어났거든요. 스티로폼은 미세 플라스틱의 주범으로 꼽혀요. 이런 이유로 ESG 대안 중 하나로 친환경 포장재가 떠오르고 있지요. 보타쉬는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재료로 보냉·보온 박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입니다. 김수나 총괄이사는 “열을 잘 차단할수록 온도가 잘 유지되는데, 포장재의 막을 여러 겹으로 하면 열 차단 효과가 커진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보타쉬 박스는 일반 상자에 바이오 플라스틱 필름을 붙여 만들었다”고 덧붙였지요. 사탕수수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 필름은 타이어 등으로 재활용될 수 있어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