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노선 갈등에 사업 차질…‘대저대교 건설’ 난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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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하구 현장조사 부실 드러나
환경단체, 부산시청 앞 규탄집회
환경청, 우회 4개 노선 대안 제시
부산시 “착공 불가능한 곳” 반대

환경단체로 구성된 낙동강하구살리기전국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제시한 대저대교 대안 노선을 규탄하고 있다. 사단법인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환경단체로 구성된 낙동강하구살리기전국시민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제시한 대저대교 대안 노선을 규탄하고 있다. 사단법인 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부산시의 대표적 장기 표류 사업인 대저대교 건설이 난항을 겪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부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데 이어,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권고한 대안 노선에 대해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6일 부산시에 따르면 대저대교는 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8.24km 규모 도로로 국·시비 약 4000억 원이 투입된다. 2006년 국토교통부가 ‘교통 혼잡도로 개선사업’으로 선정하며 본격 추진됐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됐지만 2018년 부산시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나 제동이 걸렸다. 보고서가 현장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조사 시간을 부풀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에 부산시는 환경보호를 위해 대저대교 건설을 반대해 온 시민단체 ‘낙동강하구살리기 전국시민행동’ 등과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낙동강에 서식하는 겨울 철새에 대한 공동 조사를 진행했다.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2명씩 추천한 4명의 조사위원은 낙동강 본류 구간에서 큰고니 서식 환경을 조사했다. 큰고니는 낙동강 하류 지역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겨울 철새로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환경단체가 대저대교 건설을 반대한 핵심 이유다.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생태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등 3개 기관에서 각 1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공동 조사와 환경영향평가서, 현지·문헌 조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저대교 대안 노선을 지난달 결정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최근 평가위원회 평가를 토대로 당초 시가 계획한 노선의 상류로 우회하는 1개 노선과 하류로 우회하는 3개 노선 등 4개 노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부산시의 기존 안은 ‘큰고니의 핵심 서식지를 통과하고 철새 비행을 방해한다’는 평가위원회 판단에 따라 권고안에서 제외됐다.

환경청은 “큰고니 등 철새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핵심 서식지인 대저생태공원 남측 신덕습지 일원을 우회하고, 교량으로 인한 큰고니 이동 장애를 줄이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 4개 노선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는 환경청이 권고한 대안 노선 중 1개를 선정한 뒤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작성하고 평가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환경단체는 최근 부산시청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여는 등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박중록 낙동강하구살리기 전국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환경청이 제시한 4가지 대안 노선 중 부산김해경전철에 근접한 안을 제외하고는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조사 과정에서 겨울 철새의 서식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에 대해 함께 확인했는데도 대안 노선에 포함시킨 것은 공동 조사의 취지를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는 부산시가 환경 훼손을 외면하는 노선을 확정하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반대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부산시도 환경청이 제시한 4개 대안 노선을 수용하긴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최종 노선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 관계자는 “환경청 권고 대안 노선 중에는 환경에 피해를 주고 건설법상 착공이 불가능한 것도 있다”며 “환경 피해 최소화와 함께 시민 교통 편익 증대, 도로 건설의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최적의 대안 노선을 결정하기 위해 한국도로학회 등 전문가들에게 자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대저대교 건설#난항#환경영향평가 부실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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