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 찬성 80%’ KBS 공론조사…4.3억원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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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8일 07시 18분


KBS가 수신료 인상안의 근거로 내세우는 ‘수신료 인상 찬성 79.9%’ 공론조사가 2일간 4억3000만원을 들인 결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KBS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KBS가 수신료 인상안의 근거로 내세우는 ‘수신료 인상 찬성 79.9%’ 공론조사가 2일간 4억3000만원을 들인 결과인 것으로 드러났다. (KBS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KBS가 수신료 인상안의 근거로 내세우는 ‘수신료 인상 찬성 79.9%’ 공론조사는 2일간 4억3000만원을 들인 결과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KBS 이사회가 3대 언론학회의 추천을 받아 구성한 공론화위원회가 진행한 ‘국민께 듣는 공적책임과 의무’ 공론조사를 위해 KBS에서 투입된 예산은 4억3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KBS 이사회 관계자는 “당초 세운 예산은 4억3000만원이 맞다”면서도 “아직 정산은 끝나지 않아 정확한 액수가 확정되진 않았다”고 답했다.

KBS가 공론조사에서 국민참여단에 제시한 숙의정도 평가 문항. © 뉴스1
KBS가 공론조사에서 국민참여단에 제시한 숙의정도 평가 문항. © 뉴스1
◇리서치업계 “4.3억원, 비용 합리적인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여”

공론조사를 의뢰한 KBS이사회 측은 4억3000만원의 예산에 대해 Δ외부 진행자·전문가(3명) 섭외 Δ국민 참여단(209명) 참여수당(1인당 30만원) Δ자료집 배포 Δ무대 및 세트 설치 Δ유튜브·SNS·애플리케이션 생중계 등에 비용이 들었다고 밝혔다.

수억원에 달하는 공론조사 예산을 두고 그간 해묵은 ‘방만경영’ 지적을 받는 KBS가 이틀 간의 공론조사에 큰 금액을 쓰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리서치·마케팅업계에서는 KBS가 공론조사를 위해 세운 4억3000만원의 예산이 통상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들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리서치 업체 관계자는 “(KBS 공론조사가) 전문가 집단도 아닌 일반인 패널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일반적인 가격 단가를 고려했을 때, 전문가와 업체가 함께 이틀간 200명을 관리한다고 쳐도 (비용이) 합리적인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량 조사라고만 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긴 하지만, 필드를 가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비용이 어디서 얼마나 나갔는지는 KBS 측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승동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조정안 설명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KBS이사회는 전날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52% 올리는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인상안에 국민 여론·정치권의 반응이 차가워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1.7.1/뉴스1 © News1
양승동 KBS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조정안 설명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KBS이사회는 전날 수신료를 현행 월 2500원에서 3800원으로 52% 올리는 인상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같은 인상안에 국민 여론·정치권의 반응이 차가워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21.7.1/뉴스1 © News1
◇수억원 들인 유리한 공론조사 결과내고 무기로 휘두르는 KBS

KBS는 해당 공론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참여단 79.9%가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다”며 “적정 인상금액도 3830원으로 나타났다”며 수신료 인상안 상정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국민 여론과 온도차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공론조사를 담당한 공론화위원회까지 KBS 이사회에 “공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단순히 국민참여단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했다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며 “경영 합리화와 보도 신뢰를 위한 공정성 강화는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승동 KBS 사장은 KBS 이사회에서 의결된 ‘수신료 3800원’ 인상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연 지난 1일 “과거 세 차례 인상안과 달리 국민의 의견을 반영했다”며 공론조사 결과를 수신료 인상안의 근거로만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방만 경영 지적과 경영합리화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인력) 감축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실제로 이날 KBS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제시한 인력 감축안은 오는 2026년까지 5년간 1400명을 줄이고 500명정도를 신규 채용한다는 내용이었지만, 1400명 중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 비율이 1100명에 달해 실질적인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앞서 KBS는 “KBS 직원 60%가 연봉 1억원을 받고, 그중 73.8%인 2053명이 무보직”이라는 김웅 의원(국민의힘)의 지적에 “1억원 이상 연봉자는 2020년 기준 46.4%이며, 억대 연봉자 가운데 무보직자는 1500여명 수준”이라고 해명해 빈축을 샀다.

◇KBS 수신료 인상 방통위 접수…향후 결정은 국회에서 난다

현재 KBS의 수신료 인상안은 KBS 이사회를 통과해 지난 5일 방송통신위원회에 조정안 및 관련 서류가 접수된 상태다. 방통위는 절차에 따라 60일 이내에 해당 내용을 검토후 의견서를 첨부해 국회로 보내게 된다.

이후 국회에서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심의 및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수신료 인상 여부가 확정된다.

그러나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어 국회 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방위원장 이원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KBS가 경영혁신과 자구적 노력에 대해서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회로 수신료 인상안이 넘어온다면 우리 국민의힘 과방위 위원 일동은 국민의 뜻을 무시한 수신료 인상안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통과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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