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전국 대부분 지역에 34도 안팎의 폭염이 예상되면서 코로나19 확산세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운 날씨에 쇼핑몰 등 실내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이 구축될 수 있는 데다, 전파력이 최대 2.6배 강한 델타 변이와 에어컨 바람이 만나면 바이러스가 먼 거리까지 확산될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8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275명을 기록했다. 전날(1212명)보다 63명 늘어난 것으로 지난해 1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 1년6개월 만에 최다 규모다. 이틀 연속 1200명대 확진자도 처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주 내내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덥고 습한 공기가 유입돼 12~16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4도 안팎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보됐다.
폭염이 절정에 달하는 12· 13일은 낮 최고기온이 대구 35도, 서울·춘천·대전·청주 34도, 광주·전주 33도 등으로 전망된다. 밤에도 서울 등 전국 곳곳에서 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무더운 날씨에 밀폐된 실내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면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먼거리까지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더워도 마스크를 잘 착용해야 한다고 재차 당부했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에어컨을 틀면 바이러스를 품은 비말핵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데다, 에어컨 제습기능으로 비말(침방울)의 크기가 작아지고 가벼워지면서 공중에 떠다니게 돼 전파 우려가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여름에는 온도·습도가 올라가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짧아 감염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겨울보다 덜 확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7~8월 장마철이 되고 날씨가 후텁지근해지자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는 사람들이 늘면서 감염 위험도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북 남원의 한 식당에서는 에어컨을 매개로 한 감염 사례가 나왔다. 최근 발생한 부산지역 감성주점 관련 집단감염도 밀폐 공간에서 에어컨 가동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에어컨을 사용할 때 약풍으로 틀고, 최소 1시간에 한번 씩 10분 정도 환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밀폐된 실내 환경에서는 에어로졸이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며 주변을 감염시킨다”며 “밀폐 공간에서 에어컨을 틀 때는 시간당 10분 정도는 맞통풍을 시키는 등 자연환기를 강화하고, 창문이 없는 곳에서는 출입문을 다 열어놔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우주 교수도 “지금처럼 1200명의 신규 확진자가 연달아 나오는 상황에서는 에어컨 가동에 주의해야 하고 사용할 때는 약풍·수시 환기를 유념해 ‘3밀’ 환경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며 “여름이라고 안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파력이 강한 델타변이가 확산하는 만큼 방역수칙을 잘 지켜달라고도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델타변이는 1명이 최대 7명을 전염시킬 수 있고 백신접종예방효과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은미 교수는 “최근 임상 연구 사례를 보면 2회 접종자 중에도 돌파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특히 노년층이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델타변이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심한 경우 사망할 수 있다”며 “예방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철저히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델타변이는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높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파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밀폐된 환경에서는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환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여름철 불쾌지수가 높아지자 이른바 ‘코스크족’이나 ‘턱스크’족이 늘어나고 있다며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여름 때 마스크를 오래 쓰다 보면 불쾌지수가 올라가고 습기가 차다 보니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며 “특히 여름철 밀폐 공간에 다수가 모여 있는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