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철거공사장 안전대책 발표
광주-잠원동 같은 붕괴 참사 막게 자치구가 안전 승인해야 공사 시작
안전 감리, 사후보고서 수시보고로…법제화 안돼 아직 처벌은 못해
“현장에 감리자가 없었다.” “해체계획서대로 공사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 발생한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2019년 서울에서 발생했던 ‘잠원동 붕괴사고’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된 문제점들이다. 광주에서는 건물 위층부터 철거하겠다던 해체계획서와는 달리 아래층부터 철거가 이뤄졌고, 이를 점검해야 할 감리자도 현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사고 직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체공사장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을 철저히 도려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구체화한 ‘해체공사장 현장중심 5대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8일 발표했다.
○ 안전시설물 설치 의무화…CCTV로 실시간 관리
그동안 서울의 건축물 철거공사는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해체계획서를 제출하고 자치구의 허가만 받으면 바로 다음 날에도 착공이 가능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가설 울타리, 폐쇄회로(CC)TV 등의 안전시설물을 설치하고 감리자의 점검을 마친 후 자치구가 이를 검토해 승인해야만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설치된 CCTV를 활용해 내년 3월부터는 서울시와 자치구 등의 공공기관이 실시간으로 현장을 모니터링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건축공사장 안전관리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해 철거공사장에 의무적으로 설치된 CCTV로 직접 현장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또 버스정류장, 대로변, 어린이 통학로 등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물 가까이에 있는 철거 현장의 경우 인명 피해를 우려해 ‘보행자 안전관리 대책’ ‘건축물 주변조사’ 등 추가적인 안전대책을 해체계획서에 담아야 한다.
○ 상주감리 의무화했지만 법적 근거 부족
모든 해체허가대상 건축물에서 ‘상주감리’도 의무화된다. 감리자의 감독 부실로 인해 많은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동안은 자치구·건물마다 상주감리 지정 기준이 달랐다.
하지만 앞으로는 재개발·재건축구역을 포함해 모든 철거 공사장에 의무적으로 적용해 감리 운영을 내실화하기로 했다. 특히 보행로, 정류장 등과 인접한 위험공사장은 자치구 건축안전센터에 소속된 전문가가 공사기간에 현장을 3차례 이상 불시에 점검하도록 했다. 이때 현장관리와 시공이 해체계획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행정 조치할 예정이다.
철거 공사가 모두 끝난 뒤 감리자가 공사장 안전점검 결과를 자치구에 보고하던 기존 방식은 ‘수시보고’로 전환된다. 자치구가 전체 공사 진행상황을 통제 가능하도록 했다.
부실공사를 야기할 수 있는 다단계식·불법 하도급을 방지하기 위해 시공자는 모든 현장 건설기술인 명부를 자치구에 제출해야 한다. 감리자는 이를 토대로 해체 공사를 수행하는 인력을 점검하고, 이상이 있으면 구청에 보고하게 된다.
다만 CCTV 설치나 상주감리는 아직 법제화되지 않아 위반 시 처벌할 수는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은 자치구가 해체 승인 과정에서 준수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규정들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법적 처벌 근거가 없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현재 국회의원 발의로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법 개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긴말하게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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