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영아를 베이비 박스 근처에 두고 가 숨지게 해 재판에 넘겨진 20대 친모 김모씨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창형)는 9일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친모 김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년의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 2년간의 아동관련기관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자신이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유기해서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사람의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갓 태어난 아기의 생명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범행 내용과 경과에 비춰 볼 때 김씨의 귀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김씨는 법정에서 검찰 측이 제기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을 인정하면서 깊이 반성하는 점, 사건 이전부터 우울증을 겪고 있던 점을 고려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는 부친과 불화로 집을 나와 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받은 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의도치 않게 피해자를 임신했다”며 “가족과 연락하지 않은채 지내며 어느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채 홀로 고시원에서 아이를 출산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는 아이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베이비박스 앞까지 갔지만 출산 직후의 정신적·육체적 고통과 충격으로 경황이 없어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김씨는 이 사건 이전부터 우울감에 시달려왔고 이 사건에 이후에는 심적 고통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홀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던 중에도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 사건 이후에도 직업훈련에 임하는 등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적응하고자 노력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A씨 모친도 선처를 탄원하며 향후 김씨를 잘 보살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20년 11월 2일 밤 10시10분쯤 서울시 관악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근처에 자신이 낳은 영아를 두고 가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영아는 숨진 채 2020년 11월 3일 오전 5시30분쯤 행인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사망한 영아의 모친을 거주지에서 붙잡았다. 그는 검거 당시까지 자신에 대한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다만 검거 이후 범행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회 측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베이비 박스를 통해 180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구조됐지만, 발견되지 못하고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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