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1주기 추모제가 9일 오전 11시쯤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렸다. 유족을 중심으로 열린 추모제에는 지지자들도 대웅전 마당을 찾아 추모에 동참했다.
박 전 시장의 유족 측은 이날 추모제를 소규모로 진행했다. 앞서 유족은 시민 참여 방식으로 추모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자 가족 중심 행사로 변경했다.
강씨는 지난 7일 직접 작성한 편지를 통해 “제 남편 박원순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가족들의 마음도 안타깝지만 이번 1주기 추모행사는 가족들끼리만 지내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면 꼭 다시 박원순을 그리워하는 분들과 함께 모여 그를 이야기하고 함께 슬퍼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추모제가 진행될 대웅전에는 박 전 시장의 부인 강난희씨를 비롯한 유족들이 11시쯤 입장했다. 입구에서 손소독 등 방역을 마친 유족들은 11시5분쯤부터 추모제에 참여했다. 추모제가 열리는 동안 강씨를 비롯한 유족은 눈물을 흘리며 고인을 그리워했다.
대웅전 마당에는 추모제가 끝난 11시40분쯤까지 박 전 시장을 기리는 지지자들과 조계사를 방문한 시민들, 취재진 등 수십 명이 자리했다.
현장을 찾은 70대 여성 A씨는 “마음이 아파서 왔다”며 “서울시민이라면 인연은 다 있는 게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종로구에 살기 때문에 박 전 시장을 많이 봤고, 그가 한 일들이 사람들의 일상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줬는지 눈으로 봤기 때문에 여기에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50대 남성 이모씨는 “어제 우연히 추모제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를 보고 추모제에 오게 됐다”며 “정치적으로 박 전 시장을 찍진 않았지만, 이렇게 돌아가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행을 하던 범죄자도 미담 하나로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 경우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며 “박 전 시장이 발휘한 좋은 영향력이 묻히면 안 될 거 같았다”고 설명했다.
지지자들은 추모제가 끝난 이후 마당으로 내려온 강씨를 둘러싸고 한마디를 건넸다. 이들은 “건강하세요” “힘내세요”라며 강씨를 응원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과 유족들이 부둥켜안고 흐느끼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이날 추모제가 ‘2차 가해’라는 주장도 나온다. 피해자 A씨를 지원하는 289개 단체로 구성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은 전날 성명을 내고 “여전히 피해자의 일상으로의 복귀는 요원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피해자는 추모라는 이름으로 사건을 왜곡하고 은폐하려는 시도, 피해자인지 피해호소인인지 논해보라던 언론사 신입사원 채용 논술시험, 피해자 개인정보 유출·유포 등 2차 피해를 겪어야 했다”며 “1년 전 피해자가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권력형 성범죄에 맞선 것처럼, 오늘 우리는 새로운 1년을 시작하며 또 한 걸음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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